지난 시절, 무협이 그러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현재의 무협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인정은 어디까지나 그 형식이나 전개에만 국한된 인정일 뿐입니다. 겉에 그려진 무늬만을 인정하지 속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저의 이러한 불인정은 과연 무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물음은 무협매니아의 글쓴이가 무협매니아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협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이 그도 처음 무협을 보았을 때, 재미로 보았을 것입니다. 이 재미 속에는 순문학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가 없는 종류의 감동과 웃음이 포함돼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답답한 현실을 간단하게 깨버리는 무협만이 가진 그 무엇, 이를테면 대리충족의 욕구가 채워짐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런 무협의 내면적인 특성은 간과하면서 그런 내면을 만들기 위해 갖춰진 형식과 전개를 아주 우스꽝스럽게 비틀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겉의 화려함에 눈을 빼앗겨 정작 봐야될 속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무협의 존재 자체를 자신이 좋아하는 무협의 형식을 빌려 전면 부정을 한 것입니다. 당시 무협의 현주소만을 비틀었지 그 비틂에 따른 비전의 제시가 없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의 재능을 아까워 합니다. 그의 재능이 저런 식으로 풀리고 쓰임을 안타까워 합니다. 그의 차고 넘치는 재능이 그 자신을 위해서, 무협의 발전을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올바르게 쓰여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