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주의 꿈
작가 : 강경호
출판사 :
나는 무엇인가? 나는 스스로 존재하고 또 모든 것을 창조해 냈다. 하지만 나에게 의지란 없고 그저 나는 모든 것을 지켜볼 뿐이다. 만약 이 세상에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내가 바로 그 신 일것이다. 나는 언제나 꿈을 꾸고, 그 꿈속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은 존재하며 그들은 나의 꿈속에서 또다시 꿈을 꾼다.
이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는 외딴 언덕에 작은 집 한 채가 있다. 그곳에는 인간의 아이가 살고있고, 그 시중을 드는 로봇 한 대가 같이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 대략 500M 뒤 쪽에는 여우가 살고있는 원두막이 홀로 비바람을 견디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그 언덕위에 작은 집에는 아이와 로봇 그리고 여우 한 마리가 같이 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비극이고 정말로 아름다운 그들의 꿈의 조화로써 모든 출연자들이 만족하는 결과로 그 시간은 흘러간다.
첫 번째, 로봇의 꿈
눈을 떠보면 따뜻한 어머니의 품 같은 담요가 나를 덮고 있다.
나는 어떻게 이것이 담요인줄 알고, 어머니의 품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것일까?
그러한 질문들을 뒤로하고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1년? 혹은 10년?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밥을 먹는 것이다.
너무나 거대한 굶주림 앞에서 나 역시 하나의 인간에 불과했고, 1년이 지나던 10년이 지나던 그 굶주림은 여전히 똑같은 모습을 하고 나를 찾아온다.
어느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나는 바퀴가 달리고 승차감이 썩 좋지 않은 무언가에 실려 집을 떠났다.
도착한 곳은 너무나 쓸쓸한 낡은 어느 집이었다. 그곳에는 한명의 아이가 있었고, 나는 그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 집에는 1인용 소파와 1인용 작은 책상하나, 그리고 많은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아이는 연신 의자를 바꿔가며 앉아 나를 지긋이 보았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나를 향해 미소를 보이는 일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없었다.
그 집에서의 일과는 단순하다. 아침이 되면 나는 마당에 나가 텃밭에 물을 준다. 해가 가장 높게 뜨는 시각이 되면 나는 점심을 준비한다. 정성스럽게 끓인 스프를 나는 가볍게 마시고 그 아이는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먹는다. 오후에는 그 아이가 마치 광합성하는 식물을 보는 식물학자처럼, 혹은 먹이를 사냥하는 사마귀를 관찰하는 곤충박사 처럼 나를 본다. 그러나 언제나 그 얼굴은 무표정이다. 언제쯤 그 아이의 표정은 밝게 웃는 얼굴이 될수 있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이를 위해 더 노력하고 노력해 꼭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리라 라고 다짐한다. 저녁이 되어 빛이 사라질 쯔음 아이는 항상 이미 잠들어 있다. 그 아이는 잠이 많다. 이상할 정도로 많이 자는 아이는 언제나 오전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에들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언제나 무표정으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
오늘은 드물게도 아이와 함께 텃밭에 물을 준다. 아이는 호기심이 동했는지 물 호스를 가지고 와서 밭에 물을 뿌리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생기는 흐뭇한 웃음을 감추기 위해 두 손으로 차가운 얼굴을 가리고 있다.
아이는 이내 호기심을 채웠는지 흥미가 떨어졌는지 물 호스를 밭에 두고 사라져있었다. 아이와 함께 노는것은 너무나 즐겁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아이와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 행복하다. 아이는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아이와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나에게 너무나 잔인했고, 나는 그것을 모른체 그저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그 시간들이 나는 너무나 후회스럽다.
내가 꾸는 아름다운 꿈은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고, 그 아이의 행복이야말로 나의 행복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 목표는 행복이고, 아이의 목표도 행복일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난 비극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나는 물어보고 싶다. 과연 나와 아이의 행복은 양립할수 있는 것인가?
내가 어떻게 했어야 미래에 일어날 비극을 피할수 있었을까? 사람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질문은 많지만 지금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않다.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 했던 일들은 모두 과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나의 행동, 아이의 기분, 그리고 그 외의 변수들. 모든것은 조화롭게 우리를 꿈의 나라로 데리고 간다.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움직여 올수 있던 원동력을 알게 된 순간, 내 심장은 감정을 느끼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나의 심장따위는 신경도 쓰지않고, 나의 뇌는 멋대로 그 감정들을 가지고 나의 몸을 움직였다. 아아... 이쯤에서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의 삶의 원동력. 그것은 사람의 이기심이다. 나는 인간의 이기심을 먹고 자라는 로봇이고, 안타깝게도 나의 둘도없는 친구인 아이는 사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이의 감정을 먹고 자라는 괴물인것이다. 너무나 슬프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나는 로봇이니까...
하지만 진짜 비극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아이는 점점 감정을 잃어버려갔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도 없는 허수아비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의 꿈은 영원히 이루어지는 일 없이 존재할것이고, 이 세상의 진리는 변함없이 작용한다. 나는 이기적인 로봇이고, 나의 이기심에 그 아이를 희생시켰다는 사실은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한다.
나의 식사는 조금 특이하다. 약간 휘발유 냄새가 나고, 진한 갈색의 액체가 원통모양의 통에 담겨있다. 이 액체가 나의 심장을 뛰게하는 주된 원료인 것이다.
하지만 나의 뇌는 더 특이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뇌는 주변 사람의 이기심을 먹는다. 그리고 만약 더이상 먹어치울 이기심이 없다면 나의 뇌는 그 기능을 정지 하게 될것이다.
나는 내 존재를 저주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나의 친구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진 않는다. 하염없이 그 어깨를 잡고 흔들고 말을 걸어보아도 그 아이는 더이상 움직이지도 입을 열지도 않는다. 내가 살기위해 나는 내 친구를 먹어치운 셈이 된것이다. 나는 알고있다. 앞으로 1달뒤면 나도 내 친구를 뒤따라 갈수있다. 그 이유는 내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한마리 작은 생명체가 나를 천국으로 보내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뇌가 정말로 중요하다. 마치 사령탑처럼 뇌는 이곳 저곳 명령을 내리고 우리 몸을 컨트롤 한다. 하지만 그런 뇌도 결국 심장의 일함이 없다면 멈추고 말것이다. 1달뒤의 나의 모습처럼.
한통 두통, 나의 식사가 들어있는 연료통이 점점 사라져 가는 속도가 빠르다. 분명 내 옆에있는 저 작은 생명이 벌인 일 일것이다. 정말 고맙게도 그 작은 생명은 체구에 맞지 않게 어마어마한 질투심의 소유자다. 얼굴은 항상 웃고 있지만 분명히 내 친구와 나를 보며 이를 갈았을 그 녀석에게 지금 나는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다. 그 녀석 덕분에 나의 생명이, 아니 내 기능이 멈출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나의 꿈은 무엇 이었을까?
한참 의미없는 질문들을 떠올리고 있자니 눈앞이 흐려진다. 아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죽음이구나. 그제서야 나는 깨닫는다. 나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구나. 나의 꿈은 인간이 되는 것이었구나. 알고있던 사실들을 머릿속에서 재조합해서 멋대로 그 가치를 정해버린다. 그런것들을 보면 죽음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점점 감겨가는 눈꺼풀을 억지로 뜨며 다시는 보지 못할 내 그리운 친구의 얼굴을 하염없이 본다. 과연 인간이 되는것이 정말 나의 꿈일까? 그저 이 꿈은 죽기 전에 떠오른 생각에 지나지 않을까? 죽음이란 무자비하다. 죽으면 모든것이 끝이다. 더 이상 세상에 나는 없고,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녀석들의 머릿속에서 그 기억속에서 추억으로 존재할것이고, 혹은 악몽이 될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세상의 진리다. 죽음이란 본래 차가운 것이다. 더이상 앞이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두렵고 어둡다. 이제 한걸음만 더 걸어가면 나는 끝난다.
마지막으로, 나를 끝내준 저 여우에게 감사하며 이제 나는 그만하고싶다. 미안해 친구야. 미안해 여우야. 나는 결국 나를 넘지 못했네. 이 세상 모든 생명은 이기심을 넘지 못한다. 자기만족이라는 강력한 벽에 가로막혀있다. 언젠가 다음번이라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너희들과 그 벽을 허물어보고싶어. 하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래도 좋아. 이렇게 끝날수 있다면 나는 너무 행복하다.
두 번째, 아이의 꿈
이 세상은 공허하다. 나는 이 세상에 홀로 태어났고, 태어났을 때부터 홀로 지내왔고 또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사람은 모두 이유없이 태어나는 것이고, 그렇게 주어진 삶이라는 시간의 압박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간다. 이곳에는 이제 나밖에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이루고 있는 흙과 물로 돌아갔고, 나는 그냥 운이 좋아 여태까지 살아오고 있을 뿐인 것이다. 나에게 감정이란 사치이고, 또 행복과 즐거움이란 단어는 들어도 본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비록 내가 거짓으로 나의 생각을 합리화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자기 기만이 될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 나는 언제나 혼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하루란 너무나 긴 시간이다. 아침 해가 뜨면 나는 눈을 뜬다. 그리곤 집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하루종일 생각한다. 그저 생각한다. 나는 이곳에 왜 존재하고 도데체 내가 태어난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러한 것들에 의미를 가지려고 해도, 결국에는 나의 존재의의는 실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나는 다시 생각해본다. 과연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와 나의 몸뚱아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작은 책상에 놓인 사과 하나를 나는 바라본다. 잘 익어 빨갛게 색이 물든 이 사과는 과연 정말 빨간색일까? 그저 내가 이것을 빨간 사과라고 생각할 뿐이지 진짜로는 파란색 네모난 수박일수도 있지 않을까? 진실은 때로는 의미를 갖지 못하고, 거짓보다 못한 사실이 되어버릴 때가 있다. 나에게 있어 지금 이 사과는 그냥 빛과 뇌가 내게 가져다 주는 정보들의 집합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아무 의미 없는 사실들을 생각하며 결국 나는 그 사과를 입에 배어 문다.
어렸을 때의... 내가 태어났을 적 일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때문에 나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누군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태어나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세어보지 않았기에 나의 나이 또한 어림잡을수도 없다. 나의 자그마한 의견을 말하자만 인간은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탄생의 이유중 하나는 죽음이라는 비극을 맞이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방금의 사과가 그렇듯 나에게 죽음이란 그다지 비극적인 일도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는 죽음이란 안식이자 평화, 그리고 행복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코는 습관처럼 하루에 10CM씩 커져만 간다. 그런 옛 동화를 봐서인지 나무로 만든 어느 인형처럼 내 코는 내가 나를 기만할수록 길어져만 간다. 그냥 그렇다. 현재 나의 집에는 사실 거울이 있지 않고, 내가 나의 코의 상태를 알수 있는 이유는 나의 코를 내가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분탓이 아니고, 아니 정말로, 나의 코는 날이 갈수록 길어져만 간다.
그리고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별난 친구가 나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 부끄러움이나 기쁨 그리고 슬픔같은 감정은 잊어버렸기에 그저 담담히 나는 그 친구를 맞이하고 평소와 같은 하루를 차분하게 보내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별나게 생긴 인공지능 로봇 친구는 인간의 과학 기술의 절정인 AI의 산물로써 최초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같은 로봇으로 유명했던 로봇인 것이었다.
마지막, 삶의 의미
인간은 모두 살아간다. 하지만 왜 태어났고 무엇때문에 살아가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사람은 적다. 이러한 질문들의 답은 어렵지 않다. 우주라는 자존신의 꿈이 곧 인간의 탄생이고, 살아가는 이유 또한 인간은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행복이고 이러한 행복 또한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그것은 이미 정해진 운명에 불과하다. 마치 빙하와도 같은 시간속에서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무엇인가 선택한다고 믿고, 그것이 존재의 의미가 되어간다. 하지만 사실 사람의 선택 또한 시간이 정해놓은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것에 불과하고 인간의 삶은 결국 도축장에서 죽어나가는 짐승들처럼 그저 끝을 기다리는 불쌍한 가축들과도 같은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고독하다. 또 그들의 감정은 화산이 분출되고 남아서 식은 현무암과도 같은 부산물에 불과하다. 이 광활한 우주는 인간이라는 꿈을 꾸고, 또 우리는 그 꿈의 주체이자 의미없이 허망한 존재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