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처음 소설을 입문할떄 드래곤 라자나, 룬의 아이들로 입문한 20대의 청년입니다.
중학생때 룬의 아이들을 처음으로 접하고, 중 3때 드래곤 라자를 접하고, 고등학교 시절에 눈마새를 읽었고, 현재까지도 이 소설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상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글이 너무 가볍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불편함은 단순히 "요즘 소설이 재미없다"는 말로 끝나는 감정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요즘 글을 읽을 때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라는 질문이 사라진 것 같다고.
예전 제가 좋아했던 작품들은 단순히 용이 나오고, 마법이 나오고, 검이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신념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왜 살아가는가. 그런 질문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옛 작품이 무조건 위대했고, 지금 작품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는 변했고, 독자가 원하는 것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다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독자가 생각하기 전에 다음 보상이 나오고, 다음 사건이 나오고, 다음 능력이 나오고, 다음 자극이 나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속도를 따라가다가 문득 멈추게 됩니다.
'이 인물은 왜 이런 선택을 했지?'
'이 세계는 왜 존재하지?'
'작가는 나에게 무슨 질문을 던지고 싶은 거지?'
그 질문이 보이지 않으면, 저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비게 되더군요.
어쩌면 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고, 제가 과거 작품들에 너무 큰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묻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이야기들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고백하고 싶습니다.
저는 판타지를 단순한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판타지를 검과 마법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세계나 드래곤이 나오는 장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판타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판타지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지도 하나를 그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나라가 왜 존재하는지.
신은 왜 존재하는지.
인간은 왜 살아가는지.
누군가는 웃으며 지나갈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그런 것들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제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사람들은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저는 혼자 멈춰서 이유를 찾고 있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독자가 원하는 것이 빠른 재미가 되었다고 해서, 질문이 필요 없어지는 것인가.
더 빨라진 세상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이야기를 통해 무엇인가를 묻고 싶은 것은 아닌가.
저는 아직 그것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제가 정말 두려운 것은 요즘 소설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두려운 것은 제 눈이 틀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는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을 잠깐 즐겁게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좋은 이야기는 사람이 책을 덮고 나서도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고.
한 문장이라도.
한 질문이라도.
한 번쯤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무언가라도.
저는 그게 이야기의 힘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글을 보다 보면 가끔은 혼란스러워집니다.
사람들이 정말 질문을 원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제가 질문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인가.
제가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제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뿐인가.
그래서 저는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야기의 본질은 변한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방식만 변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과거에는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지금은 달리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방법이 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믿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한 문장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한 인물 때문에 울고, 누군가는 여전히 이야기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있다고.
그렇다면 적어도 이야기는 아직 죽지 않은 것 아닐까요.
리고 어쩌면 저는 결국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작품이 틀렸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빠른 재미를 찾는 독자가 틀렸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며, 이야기를 소비하는 방식 역시 변해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저는 아직도 가끔 그런 작품을 기다리게 됩니다.
한 화를 읽고 다음 화를 누르게 만드는 작품이 아니라.
책을 덮은 뒤에도 한 문장이 머릿속에 남는 작품.
하나의 세계가 끝났는데도, 그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을 잊지 못하는 작품.
잠깐의 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남아 질문이 되는 작품.
어쩌면 제가 시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과거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저는 아직 믿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또 그런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빠른 재미와 깊은 질문이 함께 살아있는 이야기.
읽는 순간 즐겁고, 읽고 난 뒤에는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다시 써줄 것이라고.
저는 아직, 그런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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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망생이의 똥글을 읽어주신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