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끈거린다.
눈을 떠보니 창밖이 환하다.
시계를 보니 훌쩍 11시가 넘었다.
가만, 어제 몇 시까지 술을 마셨더라?
점점 기억나지 않는다.
야금야금 몸과 마음을 망치고 피폐하게 만드는 술.
그 술을 거의 매일 마시고 있다
이런 생활도 벌써 십 년이 넘었구나.
내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을 테야.
매번 수십 번 다짐해 보지만, ....
그냥 그대로 편하게 누워 유튜브를 본다.
갈수록 흥미가 떨어진다.
비틀비틀 일어나 화장실을 가서 볼일을 보고 나와 주방 앞에 선다.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입안이 껄끄럽고 기분이 좋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출구 없는 인생...
그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 없어.
그래. 까짓것 인생 뭐 있어?
뭐 남들처럼 내가 사치를 부려?
돈을 막 써?
아니잖아?
그저 소박하게 하루에 소주 몇 병 마시는 건데.
내 유일한 낙 소주.
달디단 소주 맛이 그립다.
오늘, 가볍게 딱 한 병만 마시는 거야.
대충 옷을 걸치고 소주를 사러 간다.
어느새 내 손엔 검은 봉지 안에 소주가 가득하다.
비가 오려나?
갑자기 날씨가 우중충하다.
이런 날은 소주가 제격이지.
한 모금 입안을 적셔본다.
캬아!
바로 이 맛이지.
마음에 가득한 걱정과 우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빛은 반짝반짝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맑디맑은 소주 한 병이 어느새 비워졌다.
아까워라.
그래 딱 한 병만 더 마시자.
서서히 저녁이 다가오고 벌써 여러 병이 비워젔다.
이놈의 술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
술을 마실 때, 난 제일 행복하고 즐거워.
술을 마시면 없던 용기도 생겨.
취기에 잔뜩 오른 얼굴은 벌겋고, 눈빛은 흐려지고, 말은 점점 어눌해진다.
위태로운 밤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