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은 이야기작가다. 다른소설가들도 이야기를 지어내지만 그의 경우는 이야기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인물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속에서 인물들이 행동한다.
소설가가 인물과 같이 느끼고 호흡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각기 특성을 부여한 피조물들을 자신의 체계속에서 움직여나가는 것이다.
영웅문의 경우를 보자. 이 소설의 주제는 외세침략으로 뭉게진 한족의 자긍심 고취다.
어떠한 인물도 한족이 아니면 선인이 될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족에게 피해를 주는 것 자체가 악이라고 외쳐댄다. 이런 골 때리는 명제하에서 입체적인 인물은 살 수 없다. 입체적이라는 것은 편협과는 먼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한족에게만 충성하겠다고 다짐하는 곽정이라는 전형적이고 평면적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면 곽정의 신상명세를 보자.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송은 부패한 나라다. 열혈애국자였던 아버지를 무참히 죽이고 어머니를 변방으로 내몰며 죽을 고생을 시킨 근원이다. 그의 어머니는 구사일생으로 몽골의 유목민에게 구조되어 도움을 받아 몽골에서 터를 잡게 된다. 그리고 곽정은 칭기즈칸의 휘하에 들게 되고 몽골의 형제로서 성장한다. 그런데 왜? 송에 충성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한족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할까? 몽골인들은 곽정을 차별하지 않았고 동등한 가족의 일원으로 대했다. 그가 몽골형제를 배반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가 황용에 혹해서 한족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황용이라는 인물은 한족의 흥망에 관심이 없다. 그녀의 관심은 곽정뿐이다. 그래서 송을 돕는 행위도 곽정을 돕는 행위의 일부이다. 어떤 이는 곽정이 슬퍼했다고 했지만 이 행위는 눈물은 흘리면서 마음속으로는 웃어대는 것과 같다. 그가 괴로워하지만 전혀 괴로워 보이지 않는 것은 그는 접대용표정을 지으며 몽골인들을 우롱하고 뒷구멍으로는 온갖짓을 할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족을 위해서는 못할것 없는 위인이라는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임에 두말할 필요를 못 느낀다. 이 밋밋한 인물의 행보가 재미있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김용의 이야기 고안의 성과지 입체적인 인물의 행보와는 무관하다.
덧,김용은 곽정으로 하여금 칭기즈칸의 중요한 업적을 다 가로챈다.. 악비가 남긴 병서를 이용해서.. 그의 의도가 한족을 높이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족곽정은 도둑놈이고 그 교사자는 악비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