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라운지

라운지 감상/비평
홍정훈님의 흑랑가인
원직·2003.08.17 22:50
2,617
4

판타지계에서 얼마전 이민온 소시민의 하나로써,

아직 무림계의 정세에 어두운지라, 돈없이 견문이라도 좀 넓히려고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나, 도서관 대출대 위의 낯익은 이름, 판타지 작가 홍정훈의 작품인

흑랑가인을 발견해 버렸다.

-홍정훈 : 판타지 작가. 처녀작 비상하는매(맞나?)와 기타 여러 작품에서

             판타지계에 대한 풍자, 비판으로 꽤나 유명한 작가였다고 기억함.

멍청하게도 대출증을 잊고 와서 도서관 내에서  속독으로 읽고

어설픈 감상글을 남겨보고자 슬그머니 몇자 끄적여 본다.

기존 무협계에 대한 풍자, 비판 등등을 하려고 한 듯한데.

비판을 하고 있으면서도 `어쩔수 없지 않은가!!! 원래 무협에는 이런 것

들이 나온단 말이다!!`하면서 정당화시키는 건 또 뭔지. 비판과 싸잡아

비난하는 건 다른거라고 생각한다.

흑랑가인에는 홍정훈의 소설에 대한 근본적 오류가 잘 드러나 있다.

엽기취향 자체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맘에 안든다`는

정도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비판을 한다면서 기존에서

나아진 면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이 언제나 그랬

다. 미소년미소녀에 대한 통렬한 비판(말빨만은 죽여준다)이 있으면서도,

자신 역시 미소녀미소년을 등장시키는 것은 변함없다.

물론,그것조차도 하나의 반항적 코드로 이해될 수 있다고 우기는 사람들

이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그의 비판이란 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의 인간성이 어떤지는 내가 겪어 본 바 없으니 뭐라 할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작품내에서 진실성이 떨어진다.

글쎄, 이왕 쓰려면 자신이 쓰고 싶은대로 미소녀 미소년과 강하고 시니컬

한 녀석들 대거 등장시켜 마왕을 잡으러 가는 스토리를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문체는 거칠지만('더 로그'라는 작품에서의 문체는

전편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더욱더 솔직한 건 비매(비상하는매)다.

사실 비매 자체도 비판을 하라면 할 수 있지만, 홍정훈의 글 중에서는 가

장 낫다고 생각한다.(이때는 굉장히 막나갔지만, 오히려 솔직했다)

크윽, 결국 비매로 들어와버렸다.

흑랑가인은, 기존 무협에 대한 패러디로만 본다면 꽤 재밌다. 캐릭터들의

네자릿수 내공은 상당히 인상깊었다고.

기존 무협 소설을 기대하며 빌리시려는 분들에게 판단미스라고 삼가 고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