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탄생하고 활약한다...
개개인으로 볼 때면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를 펼친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아까운 생을 마치지만 그들이 남긴 족적 하나하나가 감히 범인은 꿈꾸지도 못할 일이기에 사람들은 한 시대를 파란만장하게 살다간 영웅들을 동경하는 지도 모르겠다.
원말 명초, 천하 군웅들이 할거하던 이 시기에 청사에는 나오지 않는 가상이면서도 실존했다고도 생각이 드는 우리의 무림계에도 암흑의 시기는 가고 많은 영웅들을 바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이었다. 무림에서 시작하여 천하까지 넘보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사문의 명예를 걸고 악에 맞서는 영웅들. 그리고 역시 평범하고자 하나 평범할 수 없는 이의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희노애락 이야기...
성라대연은 독자든 작가든 무협에서 바라는 가장 기본적인 양념이 충실히 들어 있는 그러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사람들은 평범한 범인이 되고 싶어하진 않는다.
누구나 범인으로서 세상에 휩쓸리기 보다는 극복하기를 원하며 영웅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의지로 극복하므로 우리는 대단하다고 느끼고 한편으로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다른 장르의 소설 역시 마찬가지지만 고난 극복과 무협 특유의 동양적 사상관이 가미된 고전의 향기는 많은 이들을 중독시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성라대연에서의 주인공 소호는 사실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고아라고는 하지만 그에게 있어 가슴에 응어리질 대단한 일도 아니었고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그 시기에 육호문이라고 하는 당대 제일, 제이를 다투던 고수의 손에 길러져 일세를 풍미할 기틀을 닦았으니 오히려 그에겐 행운이었다.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미모를 갖춘 여인이 둘이나 그를 사모하고 있고 당대 초 일류 고수들이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의형제를 맺는다. 이쯤되면 과연 주인공이 속세에서 꼭 이루어야 할 것이 있을까...?
결국 그러한 것이 없으니 주인공은 그저 한적한 곳에서 소박하게 살고자 하고 단지 주어진 사명만을 완수하고 나면 주인공에게 별다른 장애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성라대연이라는 책에서 재미없지도 않고 그렇다고 큰 고행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것 같은 이상적이고 그림같은 인생을 보았다.
차라리 소호가 소설상에서 여자에게 아예 다정한 말 한마디 못하는 쑥맥으로 나와서 좋아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자신에게 정을 주는 여러 여인들 중 꼭 한사람의 마음만을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고지식한 인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소호가 낙천적인 인물로 나오기 보다는 고아였다는 것 등의 어두운 과거로 인해 응어리진 무언가가 있는 인물이었으면 어땠을까...?
또한 소호의 무공이 사실은 그리 높지 않아서 주어진 사명을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고 뭇 여러 고수들의 도움을 통해 핼결하는 인물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소설에서의 주인공의 길은 너무 뚜렸하고 확실했다. 반전의 묘미나 주변 이야기가 적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글 자체가 허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탄탄하고 역시 장경 특유의 투박함이 가미된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장경의 다음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