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림을 알게 된 후 즐거운 여러가지 중 하나가 몽강호 님을 알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이 점에서 풍소소 님께 감사를...^^; ) 막상 대면한 그것은 무협소설에선 찾기 힘든 아련한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표지와 그 한켠에 고즈넉하게 내려 서 있는 <풍소소혜역수한> 이라는 제목이었죠. 첫눈에 예사롭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백일강호>와 <풍소소혜역수한>을 읽었습니다. 흠, 전자는 순식간에 읽어버려 멍해져 버렸고, 후자는 한숨을 쉬면서 가끔은 울어가면서 천천히 아껴 읽으려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느끼는 몽강호 님 글은 한마디로 "아름답다"입니다. 아름다움에의 추구가 아니라 글 전체에 유유히 흐르는 '본질로서의 아름다움'입니다.
그건 복잡할 수도 있고 또한 너무나 단순하기도 합니다. 단순함이란 작가님의 강호를 향한 시선이 어떤 '진정성'을 담고 있으면서 강하고 따뜻하기 때문일 테고, 복잡함이란 테크닉으로서도 어느것 하나 틀어지거나 과하거나 모자라지도 않고, 객관적인 거리가 존재하면서도 몽강호 님만의 독특한 색깔이 거리낌없이 표출되어 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그림을 감상하듯 시각적으로도 매혹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읽은 몽강호 님의 소설을 얘기하자면,
하나, 이야기의 모티브가 맘에 듭니다. <風蕭蕭兮易水寒>은 진의 시황제를 죽이러 가는 형가가 읊었다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돌아설 수 없는 길을 가기로 결심한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글귀처럼, 몽강호 님의 글에서도 풍소소와 역수한이라는 살인청부업자(?)를 중심으로 시대적 배경(명말청초)을 아우르며 그들의 행보를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갑니다. 그리고 절묘하게도 그 이름대로 風蕭蕭하고 易水寒합니다.^^
<백일강호>는 가까운 누군가의 배신으로 천일 동안 뇌옥에 갇혀있던 금의위의 제일기재 석장림에게 임무를 해결해야 하는 백일 간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으로 시작해서 폭풍처럼 휘몰아쳐 가는 이야기입니다. 자유와 복수라는 근사한 유혹을 달고...
둘, 드러내놓고 풀어내지는 않지만 글을 지탱하는 중심이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습니다. 무슨 구성요소로써의 사랑도 아니고 그렇다고 섬세한 사랑이 묘사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단지 가장 중요한 동인으로써의 사랑이 남성적인 느낌으로 묵직하게 수면아래로 흐릅니다.
셋, 강한 에너지로 움직이는 사건과 그 안에서의 실감나는 武의 모습입니다. 정교하고 위험한 덫의 존재로 인해 숨돌릴 겨를 없이 빨려 들어 박진감 넘치면서도 전율이 이는 장면들로 독자를 가득 채웁니다. 가슴을 뒤흔드는 그 매력!
넷, 인물들은 고뇌합니다. 청승맞거나 우유부단이 아니라 행동력과 결단력을 가진 고뇌입니다. 옳건 그르건, 자기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소중한 것(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무엇)을 흔들림 없이 응시하는 시선입니다.
다섯, 결말이 붙잡고 놔주질 않습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인 것처럼... 너무나 험난하고 괴로운 여정에 상처입고 너덜너덜해져 있지만, 자신을 이끄는 유일한 것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거나 혹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가벼워지거나 그도 아니면 태고의 모습, 그 미지와 혼돈의 시작으로 돌아갑니다. 안타까우면서도 안도가 되기도 하는... <大尾>라는 글자가 보이는데도 계속해서 진행되는 여운의 힘입니다.
그리고 어찌 됐건 가장 큰 매력은 “재밋따~”입니다. ^_^
가을 바람이 솔솔~불어 오니 또 보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몽강호 님은 더 이상 꿈꾸지 않으실까요...
전 언제든 그 강호에 동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백일강호> 전3권, 뫼 출판사, 1996
<풍소소혜역수한> 전4권, 뫼,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