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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번 추천했었던 '전검행'이 자유연재란에서도 연재를 시작했다. 전검행은 두 가지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탄탄한 기본설정이다. 충실한 기본설정의 장점은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창조한 '무림세계'의 현실성을 증가시키고, 배경이나 내용의 테두리를 어느 정도 정해주는 역할을 하여, 독자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도를 증가시킨다. 그리고 다양한 무공이나 특이한 무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충실한 기본설정의 묘미를 가장 잘 활용한 작가는 80년대 초중반의 와룡강이었다. 금강 또한 와룡강만큼 세세하지는 않지만, 서론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되는 몇 가지를 키워드를 언급하고, 그 테두리 내에서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이것은 꽤 중요하다. '무림'이라는 세계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때문에, 일정 정도의 성격이나 형태를 고정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독자들도 같이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제대로 기획되지 못한 연재무협을 잃을 때 더욱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데, 인터넷 연재작들을 보다 보면, 전체적인 배경설정없이 그때그때의 임기응변식전개로 작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독자는 전혀 배경지식이나 기본지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조건 끌려다녀야 하는 경우가 제법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10대 고수라는 설정 혹은 잘나가는 고수가 몇 명이라는 설정이 없으면, 어디서 어떤 고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무한대로 늘려도 되는 것이다. 만약 10대고수가 누구이고 특징이 무엇이다라는 기본적인 지식이 주어진다면, 독자는 좀더 예측가능한 입장에 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본설정이 많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성격마다 다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최근 기본설정이 약해져가는 상황 속에서, 충실한 기본설정에 기반한 그리고 충실한 기본설정 그 자체로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전검행'은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전검행'의 두번째 매력은 비무를 통해 성장하는 무협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무척 평범하고 진부한 소재 같지만, 실제로 비무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무협소설은 의외로 없다.
보통 무협에서 주인공의 성장은 언제나 새로운 무공, 영약, 혹은 개인적 수련, 위기상황에서의 개인적인 깨달음에 의한 비약적인 성장의 형태 즉 비무는 해도 비무와는 아예 무관하거나, 약간의 상관관계만을 가진 형태로 나타난다.
비무를 통해 상대방의 무공의 장점을 취하거나, 자신의 무공의 단점을 알아내어, 고쳐나가는 내용의 작품은 거의 없다. 이런 내용은 그려내기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무협에서 무를 빼고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무를 너무 자세히 설명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무협속의 무는 실제의 무와는 완전히 다른 완전한 상상 속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세히 설명하려다 보면 현실과 모순에 부딪치는 부분이 아주 많다. 그래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는게 제일 편하다. 그래서 비무를 통한 무공의 발전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그려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90년대 중반 사실성을 강조하던 신무협의 절정시기에도 해내지 못한 (어쩌면 하지않았을 수도 있지만)이다.
그나마 송진용의 '생사도'라는 탁월한 작품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스무협시절에 출간된 작품을 수정재간한 것이다. 작가는 사마달(ㅡ.ㅡ;;), '검몽'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을 때 보았는데, 혁명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었다.(송진용님의 습작품을 동의없이 출간했다고 함) 그 외에 조금 성격을 달리하지만, 용대운의 태극문 정도를 꼽을 수 있는 정도이다. 비무행을 소재로한 작품 중에 석송의 '풍뢰무'도 있지만, 이 작품은 비무를 통한 성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조금 변형된 형태지만, 주인공이 모든 무공을 한번 보기만 하면 배우는 능력이 있어서 싸울때마다 강해지는 내용의 작품이 있지만, 이것은 완전히 다른 범주의 재미를 가진 무협이다. 어쨌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금강의 뇌정경혼, 천마경혼, 풍운만장, 와룡강의 십왕경, 십왕무적 등이 있다.
위에서 살펴본 두가지 측면에서 보자면 '전검행'은 꽤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작품이 된다. 신구무협의 특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