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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좌백 - 천마군림
탈퇴한 회원·2002.12.1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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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군림]을 읽으며 서글픔을 느낀다.

    지금껏 내가 찬탄해온 좌백의 작품이 지니는 매력은 [서술과 묘사]에 있었다.

   특히나 그의 묘사능력은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개인적 평가를 내리고

   있었기에, 그가 발표하는 여러 작품들을 서너번, 혹은 너댓번 씩 읽으면서도

   지루한줄 몰랐을 뿐 아니라, 오히려 쏠쏠한 재미가 가일층 더해만 갔었다. 헌데,

   이번 작품에서만은 묘사가 주는 기쁨을 찾을 수 없어 몹시 서글픈 것이다.

    묘사(描寫)가 아니라 모사(模寫)의 느낌만이 강하게 배어나오는 [천마군림]의

   연재를 읽고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힐난을 예견하면서도, 따가운 일침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발표된 여러 가지 캐릭터들을 요소요소에 재배치시킴으로써,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기술적 능력이 향상된 것만은 사실이다. 일종의 잔재주다.

   스스로 밝히기까지 했던 [티라노]나 [원기옥]같은 소도구에서 특히나 강한

   모사의 느낌을 받는다.

    [사의(邪醫)]가 술을 마시는 대목을 읽으며,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소설을

   영화화 했던 [Day of Jakal]이 생각 났다. 그 영화의 초입에, 주인공이 침몰한

   배에서 표류해 파도에 떠밀려 온 섬에서 사의와 흡사한 인물에게 구조되어

   치료를 받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역시 술을 안마시면 손이 떨리는 증상을 보인다.  

   사의가 [구대흉신]의 하나로 나오는 대목을 읽으며 [생사박]의 [구신(九神)]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좌백의 작품에 너무 심취한 때문일까?

   [강철 목걸이]도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룻거 하우어가 나왔던 [개목걸이]이다.

    이런 삐딱한 시선으로 [천마군림]을 보게 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무엇일까?

   좌백만이 가지는 나름의 분위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배경을

   따진다면 [무혼]이 생각난다. 주인공의 분위기는 제목에 나타나듯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마침내는 정사의 무공을 한 몸에 익혀 찬란한 성공을 이루는

   전통적(?) 무협 주인공이다. 거기다, 그런 성공의 계기가 생전처음 만난 이쁘장한

   여자다. 이러니 어찌 좌백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랴.

    한가지, 딱 한가지 발전된 것이라면 연재속도 뿐이다. 그것마저도 그리 흡족하게

   느껴지지 못하는 것은, 좌백이 말했듯 [편하게] 글을 쓰기 때문이다.

   산고의 고통에 비견될 만큼 창작은 어려운 일인데, 그것이 어찌 편하리요.

   어렵고 힘들게 쓴 글만이 재미있고 훌륭한 글은 아니겠지만, 쉽고 수월하게 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긴 몹시 힘든 일이다.

    좌백의 분발을 기대한다. 모사가 묘사로 되돌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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