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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창귈(疫病猖獗)
성찬식·2026.01.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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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매일 같은 얼굴로 흘렀다.

물이 죄를 짓는 법은 없다는 듯,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아이들이 손을 담그면 차갑게 웃었다.

그러나 그 강을 따라 이어진 난민촌에서는

매일 다른 방식의 죽음이 늘어갔다.

처음에는 설사였다.

그다음은 구토였다.

그 다음에는, 아무 말 없이 쓰러지는 사람들이었다.


난민촌에는 불이 없었다. 나무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불을 피울 힘이 없었다. 사람들은 솥을 들지 못했고,

솥을 들어도 물을 끓일 시간만큼 버틸 수 없었다.

아이들은 물을 마시고 울었고,

울다 지쳤고, 지친 채 잠들었다.


어른들은 그걸 곽란(霍亂)이라고 불렀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죽음은 이해 가능한 것이 된다.

“강에서 온 병이다.”

“역병이야.”

“이번엔 피할 수 없다.”

말은 그렇게 흘렀다.

말은 사람을 살리지 못했지만, 공포를 정리해주었다.

[대도무문] 중에서


무협,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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