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장 넘어 보이는 LP 레코드판도 수없이 바꿔가면서 매일 들었다. 이제는 전주(前奏)만 들어도 무슨 노래인 줄 알고 따라 부를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노랫소리가 더는 나질 않았다. 불빛이 들어오던 진공관에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고장이 난 거 같아 보였다.
진공관을 빼냈다가 다시 꽂아 넣어다가 하면서 이리저리 살폈으나 반응이 없었다. 응옥은 진공관의 수명이 다한 것으로 추측했는데, 스피커에 이상이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응옥이 고칠 수는 없었다.
응옥은 그녀가 읽은 여러 책과 자료를 통해 이곳이 베트남 어느 지역의 어떤 위치에 있는 곳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응옥은 어디로 어떻게 움직여서 가면 다낭 시내에 갈 수 있는지 알 거 같았다.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오가면서 먹을 MRE 등을 미군 배낭에 챙겨 출발했다.
응옥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던 미군 군복을 주로 입고서 지냈는데, 이날은 군복을 벗고 미군들이 입던 평상복을 꺼내서 적당히 차려입고 길을 나섰다.
마을에서 쫓겨나 엄마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산을 벗어나는 거였다. 그런데 별로 긴장되거나 두렵지 않았다. 책 속에서 읽은 것들이 응옥의 머릿속에 촘촘하게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다낭시에 관한 자세한 미군 정보가 응옥에게 실시간으로 떠올랐다.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도 미군 자료들에 다 나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