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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버려진 예배당.
무너진 천장 사이로 달빛이 내려앉고, 젖은 벽에는 검은 얼룩이 오래된 죄처럼 번져 있었다.
정면의 높은 창에는 금 간 색유리가 아직 남아 있었다.
붉은빛과 푸른빛, 그리고 누렇게 바랜 금빛이 깨어진 조각 사이로 흘러내려 바닥 위에 뒤틀린 성흔처럼 번졌다.
그 빛 아래.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이 고개를 숙인 채 무릎 꿇고 있었다.
수십 명.
아니, 그보다 많았다.
그들은 숨조차 죽인 채 낡은 단상을 우러르고 있었다.
단상 위에는 검은 천으로 덮인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그 아래에서.
두근.
아주 희미한 울림이 새어 나왔다.
그 순간, 엎드린 자들의 어깨가 일제히 떨렸다.
가장 앞에 선 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들립니다.”
뒤이어.
수십 개의 목소리가 낮고 갈라진 음성으로 그 말을 받들었다.
『 우리 왕의 걸음소리가.
깊은 어둠 너머에서 울려 오는 그분의 심장소리가 들립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어둠에서 건져 올리셨고, 속박된 영혼에게 다시 이름을 허락하셨나이다.
찬란한 태양의 피를 이어받으신 분.
그 빛으로 가장 깊은 어둠마저 밝히실 분.
우리는 들었습니다.
이것이 네가 빛났던 시간이란다.
너를 위해 내가 흘려 보낸 시간이란다.
우리는 들었습니다.
내 아들아.
이제는 네가 빛날 시간이란다.
너는 누구의 그림자도 아닌, 너 자신을 위해 태어났단다.
그리고 다시 들었습니다.
이제 네가 빛날 시간이란다.
이 시대를 위해서.
아아.
이곳에 거룩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위대한 왕의 도래를 알리는 소리.
태양의 축복을 품은 왕께서 다시 이 땅 위에 발을 디디시는 소리.
그분 앞에서는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으니.
부디 우리를 사용하소서.
기꺼이 당신의 발밑에 엎드리겠나이다.
여기, 우리가 있습니다.
그분의 빛이 우리를 비추고, 당신의 사랑이 우리를 붙들었나이다.
당신의 이름이 우리를 해방하였나이다.
당신의 귀환이 곧 우리의 빛이 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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