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빙환
저는 원래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했어요.
주인공의 멋진 모습은 누구든 이겼고, 낭만을 지켰고 끝내
예정된 결말을 바꾸었죠.
그런 여러 글들을 읽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읽던 이야기들이 끝을 향해 갈수록
빠른 세계에 짖눌려 같은 스토리 플롯을 사용하는 걸 보면서 점점 처음 장면만 봐도 그 끝을 알 것만 같더라고요.
아카데미에 입학해 무시하던 다른 아이들의 코를 짖누르고,
소설에 빙의해 알고 있는 폭넓은 지식을 사용해 주변 인물들을 놀라게 하고,
길가에 돌아다니던 아이는 훌룡한 기사가 되어 돌아오고,
나를 죽인 배신자에게 시간을 되돌리거나 다른 아이로 태어나 복수하고
그런 이야기들이 이젠 지치기 시작했어요.
처음 글을 써 봤을 때, 왜 그런 글들이 생기는지는 단번에 이해되더라고요.
누가 궁금해 할까요, 자기 할만만 하는 주인공을.
고뇌하는 장면은 그저 몇글자에 불과한 감정을 길고 현학적이게도 표현하는데요.
그렇기에 한번은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뇌하는 주인공을, 현학적인 글을.
끝이 더 기대되는 이야기를.
이 글은 그런 글이예요.
많이 느릴 것이고,
주인공은 많이 힘들거예요.
저의 느린 글들이 이 경향성에 뭍히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저의 세계가 관심받을 수 있기를 소원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