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사 팍스란은 성의 입구에 자신의 방패를 걸어 잠갔다.
퇴로를 막는 행위—그것은 성기사들에게 있어 ‘탈출할 필요가 없다’는 말.
적들을 모두 가두어 죽이겠다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통보였다.
공기를 채찍질하며 날아간 방패처럼 거대한 검은 이단들을 찢어발겼다.
그러고는 팍스란 뒤에 서 있던 자들의 머리통을 폭파시키고 뒤에 있던 여러 이단들을 피떡으로 만들었다.
팍스란은 자신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 파괴적인 위력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고개를 까딱였다.
학살이다.
"성검을 던지는건 백익조 규범에 어긋나오."
팍스란이 말하자 뒷 해골 면갑을 쓴 성기사가 대답했다.
"전투에 집중하시오, 프락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