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은 그날 밤, 한 번 죽었다.
성소는 무너졌고, 광장은 갈라졌으며, 사람들은 허공에 매달린 채 자기 이름조차 잊어 갔다.
그러나 새벽이 오자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무너졌던 종탑은 멀쩡했다.
죽어 가던 아이는 웃었고, 검은 비에 썩어 가던 나무 여우 인형은 새것처럼 흔들렸다.
모두가 잊었다. 단 두 존재만 빼고.
이세계에 떨어진 인간, 도현. 아홉 꼬리를 지닌 신수, 미호.
모두가 잊은 첫 번째 멸망
문 너머에서 도현의 이름을 부르는 무언가.
그리고 미호.
도현을 지키는 듯 곁에 선 그 여우는, 도현이 문이 되는 순간 그를 죽이기 위해 곁에 있었던 존재였다.
이름을 잃으면, 존재도 사라진다.
그리고 그 밤, 라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도현의 이름을 불렀다.
"도현."
《라엘의 밤》 제1화 — 모두가 잊은 첫 번째 멸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