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사람이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벼운 상념 하나에도 꼬리가 꼬리를 물고, 가지치기를 해나가다 보면 행복한 상상으로 결말을 맺을 때도 있지만,
사람인 이상 비관적인 상상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헌터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몬스터는 어떨까요?
그네들에게 생각이란 게 있을까요?
뭐, 이런 거야말로 작가의 영역이겠죠.
케이로드 작가님의 <만렙 잡캐>를 읽다가, 검호 고블린 ㅡ기억이 정확할지 모르겠네요ㅡ 이 등장하는 장면을 무척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만렙 잡캐에서의 고블린은 생각이 있는 셈이 되겠죠.
그러면,
수현에게는?
이수현에게는... 생각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타고나기를 생각이 많게 타고났지만,
'오늘은 괴물을 썰면서 면상에다가 이 자식 얼굴을 붙여놓고 베어야지.'
그러면서 푹찍.
예컨대, 길에서 흡연하는 사람의 담배 연기를 실수로 들이마신 날에는,
'길빵충 죽어.'
하면서, 푹찍.
그래서 이수현의 세계는 복잡다단한 한편으로 단순합니다.
진리는 오컴의 면도날처럼 단순하지만,
생각 많은 이수현에게는 그 어떤 일도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단칼에 베어버립니다.
단, 해결 불가능한 머릿속 난제 말고 괴물을요.
그러면 명쾌합니다. 세상이 한결 단순해집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헌터라는 직업에 최적화된 인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수현입니다.
그리고 이수현은 실직합니다.
[세계시민 여러분, 축하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게이트가 닫혔습니다!]
마션의 유명한 첫마디처럼,
'좆됐다.'
이수현은 생각합니다.
이제 누굴 썰어야 하지?
그런데 아무래도 이 녀석, 제법 운이 나쁘진 않은 모양입니다.
누굴 죽여야 하나 고민하길 무섭게도, 사람을 죽일 만한 일이 널리고 널린, 정확히는 수선자가 범인을 몰살하는 게 일상이 된.
수선세계 ㅡ 푸를 람 자에 별 성 자를 써서, 남성으로 차원이동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이수현은 지구와 수선세계를 오가면서, 헌터로서의 자질을 살려 조금씩 강해져나가고.
그러는 한편으로 이런저런 여자 수선자들과 인연을 갖기도, 결혼하고 싶은 대상을 찾기도 합니다.
36살 독신 수현이 수선세계에서 어떻게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지.
어떻게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은 수선자를 찾는지.
과정이 흥미로우신 분이라면, 한 번 제 글을 일독해보셔도 좋겠습니다.
긴 홍보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