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북부 난민 삼만 명을 데려왔습니다.
왕국의 재상 퀀틴 렌 데빗은 환영식 대신 성문을 닫습니다.
성안에는 그들을 먹일 식량도, 눕힐 침상도, 나눠 줄 약도 없습니다.
문을 열면 전염병과 폭동이 번질 수 있습니다.
문을 닫으면 성밖의 사람들이 죽습니다.
쉬운 정답은 있습니다.
모두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
왕국을 위해 일부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
기적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는 것.
하지만 이 작품은 그다음부터 시작합니다.
누가 질문했는가.
누가 숫자에서 빠졌는가.
누가 명령을 승인했는가.
누가 그 결정의 대가를 치르는가.
이 왕국에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내놓는 문답장부 《책피티》가 있습니다.
식량 잔여일도, 전염병 확률도, 병참 붕괴 시점도 계산합니다.
그러나 장부가 가장 위험한 순간은 틀린 답을 내놓을 때가 아닙니다.
틀린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을 때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도 언제나 옳지 않습니다.
반대편도 주인공에게 패배하기 위해 바보가 되지 않습니다.
용사의 선의는 실제로 사람을 구합니다.
재상의 냉혹한 결정도 실제로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법은 독주를 막지만 구조를 늦춥니다.
신속한 명령은 재난을 멈추지만 장부 밖의 사람을 지울 수 있습니다.
정답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가 없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을 처벌한다고 구조의 책임이 끝나지도,
구조를 탓한다고 개인의 선택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악역 재상은 장부를 믿지 않는다》는
무능한 귀족을 참교육하고 영지를 키우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의가 명령이 되고,
명령이 제도가 되고,
제도가 사람의 이름을 지우는 과정을 추적하는 정치·재난 판타지입니다.
기적보다 검역을,
선의보다 검산을,
구원보다 책임을 먼저 묻습니다.
현재 4화까지 공개했습니다. 1부 112화 완결 원고를 확보한 상태로 연재합니다.
누구도 완전히 옳지 않은 왕국에서,
악역 재상은 끝까지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