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조사팀이 강 한가운데 잠긴 검은 비석을 '특이 광물 표본'으로 분류하고 코어 드릴로 심을 뽑아 갔습니다. 그 비석은 천 년 된 리자드맨의 경전이었습니다. 새벽 게이트 너머 강가에 리자드맨 수백이 도열해 외친 요구는 하나였습니다. 통역사를 불러라.
오늘 13화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래는 8화입니다.
━ 8화 발췌 ━
『죽이자는 목소리가 컸다.』 슈사르가 담담하게 말했다. 『막은 것은 나다. 이유는 하나. 소문의 통역자, 너를 시험할 기회여서다.』
"시험이요."
『강의 백성은 지금 두 갈래로 찢어져 있다. 신성한 말씀의 한 구절 때문에. 백 년을 싸웠다. 형제끼리 창을 겨눴다.』
슈사르가 강 쪽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반쯤 잠긴 검은 비석이 새벽빛을 받고 있었다.
『말씀의 여덟째 줄. 한쪽은 이리 읽는다. "강은 모든 것을 삼킨다." 그래서 그들은 바치는 자들이다. 강에 제물을 바치고, 침입자를 바친다. 너희 조사대도 그들 손에 잡혔으면 강바닥에 있었을 것이다.』
"···다른 쪽은요."
『"강은 모든 것을 씻는다." 그래서 우리는 씻는 자들이다. 죄를 씻고, 상처를 씻고, 손님을 씻어서 맞는다.』
한 글자였다. 삼킨다와 씻는다. 그 한 글자로 백 년.
한 획으로 갈린 두 단어가 종족을 반으로 쪼갰다는 얘기를, 오역을 업으로 삼은 나는 남 일처럼 들을 수가 없었다. 나도 매일 한 획 차이로 먹고사는 사람이었다.
『통역자여. 너는 모든 말을 듣는다지. 그럼 저 돌의 말도 듣겠느냐.』
* * *
강물이 정강이까지 차는 곳에서, 나는 비석에 손을 얹었다.
장인의 눈이 열렸다. 물건은 거짓말을 못 한다. 긱스의 말이 맞다면, 천 년 묵은 이 돌은 자기한테 새겨진 글자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하고 있을 거다.
비석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수다스럽게.
『드디어! 천 년 만에! 말이 통하는 놈이 왔다!』
돌이 우렁차게 외쳤다. 나는 하마터면 강물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하나 짚자. 특이 광물이 뭐냐, 특이 광물이. 나 경전이다. 천 년짜리 성물이다. 며칠 전에 웬 것들이 와서 나를 두드리고, 긁고, 급기야 드릴을— 야, 너네 성경에 드릴 박냐? 안 박잖아. 근데 나한테는 박더라. 허리에 아직 구멍이 시리다.』
"그건··· 저희 쪽이 잘못했습니다. 대신 사과드립니다."
『사과는 됐고 심이나 돌려받아 다오. 그거 내 허리 살이다.』
알겠다고 했다. 천 년 묵은 성물과 한 첫 약속이 허리 살 반환이 될 줄은 몰랐지만.
『들어라, 혀 달린 자여. 나는 천 년을 억울했다. 나를 새긴 이는 초대 제사장 하르쉬. 손끝이 야무진 장인이었다. 한데 그가 여덟째 줄을 새기다가 옆 동네 수달 떼가 몰려오는 바람에—』
"자, 잠깐만요. 천천히요."
『—끌이 미끄러졌다! 딱 한 획! 마지막 글자에서!』
천 년을 억울했던 돌은 말이 빨랐다. 억울함에도 이자가 붙는지, 비석의 말투는 뒤로 갈수록 급해졌다.
비석의 증언은 이랬다. 원문의 마지막 글자는 '삼킨다'도 '씻는다'도 아니었다. 리자드맨의 옛말로 그 두 단어는 획 하나 차이인데, 원래 새기려던 말은 획이 하나 더 있는 다른 단어였다.
'잇는다'였다.
강은 모든 것을 잇는다.
『하르쉬는 다시 새기려 했다. 한데 신성한 말씀은 고쳐 새기면 부정을 탄다 하여 장로들이 말렸다. "뜻은 전해지리라" 했다. 전해지긴 뭘 전해져. 백 년 뒤부터 니들끼리 싸우더라.』
천 년 묵은 성물의 말투가 왜 이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물건은 거짓말을 못 한다.
나는 돌아서서, 강가에 도열한 수백의 리자드맨에게 그대로 통역했다. 수달 떼 얘기까지 전부.
정적이 길었다. 삼키는 자들의 창이 먼저 내려갔다. 씻는 자들의 고개가 다음으로 숙여졌다. 슈사르가 뿌연 눈으로 강을 오래 보다가, 웃었다. 리자드맨의 웃음소리는 물이 자갈을 넘는 소리와 비슷했다.
『백 년의 전쟁이··· 수달 떼와 끌 한 획이었구나.』
"저기,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요. 저희 인류는 이십 년 동안 여러분 전체를 오역했습니다. 여러분이 부르는 강의 찬가를, 저희 교본에는 '전투 개시 위협음'이라고 적어 놨어요."
『······』
"오역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냥 다들 하는 겁니다. 교정을 안 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
━━━
안녕하세요, 오윤사마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은 매번 같습니다. 들리는 대로 옮기는 것뿐입니다. 위에서도 그랬습니다. 돌이 하는 말을 그대로 옮겼더니 백 년짜리 전쟁이 끝났습니다. 문제는 그 장면이 협회 헬멧캠에 그대로 찍혔다는 겁니다. 본인은 통역만 했는데 커뮤니티에는 새 호칭이 하나씩 붙습니다.
이런 분들께 권합니다.
- 사물이 입을 여는 설정을 좋아하시는 분. 주인공에게는 사람과 몬스터 말고도 들리는 게 있습니다. 위 발췌의 비석은 천 년을 억울해했는데 그동안 아무도 듣지 못했고, 종족이 반으로 갈라진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 큰 사건의 원인이 어이없을수록 재미있으신 분. 백 년 교리 전쟁의 출발점은 손이 미끄러진 장인과 하필 그때 몰려온 수달 떼였습니다.
- 주인공만 모르게 소문이 자라는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 이 통역이 끝난 뒤 커뮤니티 실시간 1위에 오릅니다. 사과하고 뽑아 간 심을 돌려준 게 전부인데, 댓글은 벌써 교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원고는 40화까지 전부 써 두고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두 편씩 올라가 8월 13일에 완결합니다. 중간에 멈출 일은 없습니다.
『E급 통역사인데 자꾸 최강으로 오해받음』
위 장면이 마음에 드셨다면 선호작에 담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