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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말과, 어디 아프냐는 말은 다른 말이다』 — 삼천 년 산 흑룡이 한 말입니다
오윤사마·2026.08.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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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흑룡에게 매주 세 번 수업을 받습니다. 수업료는 돈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어깨가 결린다, 흰바람이 어떻다, 서른두 번째 의제가 어떻다 — 그런 얘기를 끝까지 들어 주는 게 값이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동안 그걸 견딘다고 생각했습니다.


16화에서 그 하소연이 무엇이었는지 본인이 직접 말합니다. 아래 발췌는, 흑룡이 삼천 년 전에 짓고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시 다섯 줄을 주인공이 한 번 듣고 외워 그대로 읊은 직후입니다.


지금 34화까지 공개돼 있습니다.


━ 16화 발췌 ━


『짐은 삼천 해를 살았다. 이 땅에 넘어온 뒤로는, 이 골짜기 밖 세상에 몸소 나선 적이 없다. 이웃한 방벽 하나와, 너를 데리러 간 하늘 하나를 빼고는. 왜인 줄 아느냐.』


"···밖이 위험해서요?"


『밖이 시끄러워서가 아니다. 밖도 안도, 짐에게는 똑같이 조용했다. 산 너머 들쥐 소리를 듣는 귀에는, 세상 어디에도 짐과 말을 나눌 자가 없었다. 오우거는 의제 두 마디에 순찰을 나갔고, 다른 용들은 짐의 말을 명으로 들었지 말로 듣지 않았다. 명은 오가는 게 아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뿐이지.』


『이 땅에 넘어온 첫 겨울, 오우거들의 겨울나기가 급해 방벽 서쪽 능선을 하룻밤에 쌓았다. 그 밤에 왼쪽 날개를 상했다. 지금도 결린다. 이튿날 아침 오우거들은 새 능선을 보고 기뻐했고— 아무도, 짐의 날개를 묻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은 들었다.』 카르낙스가 덧붙였다. 『고맙다는 말과, 어디 아프냐는 말은 다른 말이다. 삼천 년을 살아 보면 그 둘이 얼마나 먼지 안다.』


말은 그릇에 담긴다고, 이 존재가 나에게 가르쳤다. 지금 그 말이 담긴 그릇을 나는 처음 봤다. 그릇이 너무 커서, 삼천 년 동안 반도 못 채운 그릇이었다.


『너희가 하소연이라 부르는 것— 그게 무엇인 줄 아느냐, 통역자.』


"···스승님 하시는 거요."


『그래. 짐이 매주 세 번 너를 붙들고 늘어놓는 것. 그게 무엇인 줄 아느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카르낙스가 대신 했다.


『들어 달라는 소리다. 삼천 년을 참다가, 저울 없이 시장을 돌던 인간 하나가 짐의 말을 안 끊기에— 그 인간을 붙들고, 참았던 걸 쏟은 거다. 어깨가 결려서가 아니었다. 아무도 짐의 어깨가 결린 걸 삼천 년간 물어봐 준 적이 없어서였다.』


어전이 조용했다. 방금 전과는 다른 조용함이었다. 아까는 무거웠고,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 삼천 년 묵은 조용함. 시에 쓴 그대로의, 너무 조용한.


나는 그동안의 수업을 되감았다. 어깨 결림, 흰바람, 서른두 번째 의제, 낭송회. 그게 전부 삼천 년 만에 겨우 열린 입이었다. 나는 견딘 게 아니라 받고 있었던 거다. 그걸 몰라서 조금 미안했다.


"스승님. 왜 하필 저입니까. 스승님 곁에는 나르도 있고, 방벽 오우거들도 있는데요."


『네 귀 때문이다.』


카르낙스가 말했다.


『세상 모든 자는 남의 말을 배워서 듣는다. 배운 말만 듣지. 그래서 짐이 짐의 말로 결림을 이야기하면, 다들 절반을 듣고 절반을 흘린다. 한데 너는— 배우지 않는 귀다. 말이 원래 제 것인 자. 짐이 무슨 말로 늘어놓든 통째로 듣는다.』


『삼천 년을 살며 짐이 기다린 것은 힘센 자도, 지혜로운 자도 아니었다. 끝까지 듣는 귀 하나였다. 그 귀가 하필, 일당 구만 원짜리 인간에게 붙어 있었을 뿐이지.』


나는 칠 년간 쓸모없다고 판정받은 내 귀를 생각했다. 측정관이 웃음을 참다 실패했던 판정, 어학 쪽 진로 권유. 세상이 제일 하찮다고 한 재능이, 삼천 년을 운 존재에게는 제일 필요한 것이었다.


"···스승님."


『민망하게 하지 마라. 짐은 지금 인류사에 없던 고백을 하는 중이다.』


농담이었는데,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웃으면 안 되는 순간이라는 걸, 남의 말을 칠 년 듣고 산 귀는 안다.


━ 발췌 끝 ━


주인공이 각성으로 받은 능력은 통역 하나뿐입니다. 헌터 시험에서 칠 년 동안 무용 판정을 받은 귀, 세상이 제일 하찮다고 한 재능입니다. 그 재능에 처음으로 값을 매긴 쪽이, 삼천 년을 기다린 존재였습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오래 산 존재의 외로움을 정면으로 다루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 흑룡은 삼천 년 동안 제 말을 명령으로만 들려 봤습니다. 명은 오가는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뿐이라고, 본인이 말합니다.


- 쓸모없다고 판정받은 재능이 뒤늦게 쓰이는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 주인공의 귀는 힘도 없고 싸움에도 안 쓰입니다. 그냥 끝까지 듣습니다. 그게 삼천 년 동안 아무도 못 한 일이었습니다.


-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사실만 놓는 대사를 좋아하시는 분. 흑룡은 외롭다는 말을 한 번도 안 합니다. 대신 능선을 쌓아 준 이튿날 아침, 아무도 자기 날개를 안 물었다고만 말합니다.


완결까지 다 써 놓고 올리는 연재입니다. 전 40화, 마지막 화가 8월 13일입니다.


『E급 통역사인데 자꾸 최강으로 오해받음』


여기서 한 번 멈추셨다면, 선호작에 담아 두세요.

현대판타지
E급 통역사인데 자꾸 최강으로 오해받음
오윤사마
총 40화 조회 2,204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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