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죽고 싶었던 사람이 살고 싶어졌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의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볼펜을 한번 만지고, 모니터를 보고, 다시 나를 봤다.
나는 그 짧은 침묵만으로도 대답을 알아버렸다.
좋은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은 저렇게 오래 침묵하지 않는다.
“말씀해 주세요.”
“환자분.”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참 이상한 버릇이었다.
아내가 죽었을 때도 괜찮다고 했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내 어깨를 잡고 울었을 때도 괜찮다고 했다.
혼자 갓난쟁이 둘을 키울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도 괜찮다고 했다.
아들의 진단명을 처음 들었던 날에도 괜찮다고 했다.
딸이 방문을 닫고 울던 날에도.
아들이 내 팔을 할퀴어 피가 났던 날에도.
괜찮았다.
나는 언제나 괜찮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