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비류열전: 검은 바다의 사신》을 아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 소설 밖, 실제 역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이름, '비류'는 사실 제가 지어낸 이름이 아닙니다.
《삼국사기》에는 백제의 11대 왕으로 '비류왕'이라는 이름이 실제로 등장합니다. 재위 기간은 304년부터 344년까지, 기록은 짧습니다. "오랫동안 민간에 있다가, 신하와 백성들의 추대를 받아 왕위에 올랐다." 이 한 줄이 전부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이름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백제 건국 시조 온조왕에게는 형이 하나 있었고, 그 이름 역시 비류였습니다. 미추홀에 홀로 나라를 세우려다 실패하고, 역사에서 조용히 사라진 인물이죠. 그리고 학계 일각에서는, 이 두 비류 — 건국 시조의 형과 11대 왕 —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을 거라는 가설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온조왕 계열과는 다른 왕성(王姓)을 썼을 가능성, 그리고 그 계열이 한때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당했다는 기록까지도요.
역사는 여기서 침묵합니다. 그 침묵 사이에서,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만약 그 끊어진 줄이, 정말로 끊어지지 않았다면. 만약 어느 후손 하나가, 그 사실을 숨긴 채 평범한 장수로 살아가고 있다면 — 그리고 그가 바로, 지금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그 사람이라면.
16화 '숨겨진 왕'에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의 한 조각이 열립니다.
역사 소설을 쓴다는 건, 저에게는 사료를 그대로 옮기는 일이 아니라, 사료가 남긴 여백을 조심스레 채워나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정사가 침묵한 자리마다, 그럴듯한 이야기 하나를 놓아보는 것. 《비류열전》은 그렇게, 실제 역사의 뼈대 위에 상상의 살을 붙여가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오래 기다려주신 독자님들께, 이 여백이 반가운 발견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