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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소녀, 링링이 독자들에게 띄우는 편지. K-스페이스오페라
몽상가션·2026.09.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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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소녀, 링링이 독자들에게 띄우는 편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링링입니다. 아니, 사실은 링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행성 자쿠의 그 지옥 같던 밤.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해골 마크와 고막을 찢는 폭발음 속에서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불길이 제 온몸을 집어삼켰고, 손과 발이 타들어 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제 기억마저 하얗게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저는 이름도, 과거도, 심지어 제 본래의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완벽한 백지상태였습니다. 시력마저 잃어 칠흑 같은 암흑 속에 갇혀 있었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어둠 속으로 영영 가라앉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가운 절망의 늪에서 저를 건져 올려준 따뜻한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힘내. 우리가 널 구했어.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 투박하지만 든든했던 에릭 오빠의 그 한마디가, 얼어붙었던 제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습니다.


에릭 오빠는 매일 밤낮없이 제 곁을 지키며 기적 같은 의술로 저를 살려냈습니다. 다정하게 제 눈물을 닦아주던 엘린 언니, 저에게 ‘링링’이라는 예쁜 이름을 선물해 주며 웃음을 되찾아준 엘사까지.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흉측한 잿더미 소녀를 조건 없이 가족으로 품어주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제 위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까만 실반지 두 쌍이 발견되었습니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제가 목숨과 맞바꾸듯 입에 물고 삼켰던 유일한 과거의 흔적. 그 반지를 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지독한 슬픔과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분명 제 과거에는 제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만 했던 아주 소중한 진실이 숨어 있겠지요.


독자 여러분, 저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갇혀 울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에릭 오빠와 엘레에모시네의 도움으로 저는 새로운 두 눈과 몸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제 몸 깊은 곳에 본능처럼 새겨져 있던 검술의 기억도 서서히 깨어나고 있습니다.


저를 살려준 이 따뜻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제 목에 걸린 이 까만 반지의 비밀과 잃어버린 진짜 제 이름을 되찾기 위해 저는 기꺼이 진동검을 쥐겠습니다. 황제의 군대가 쫓아오든, 우주의 끔찍한 괴물들이 앞을 가로막든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은 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불완전한 소녀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진실을 마주하는 그날까지, 그리고 우리 방주 가족들이 무사히 평화로운 안식처를 찾는 그날까지, 부디 저와 함께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과 시선이, 칠흑 같은 우주를 항해하는 제게 가장 든든한 등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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