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인간에게는 만물을 다스리는 권능이 있었다.
그 권능의 본질은 힘도, 마법도 아니었다.
이름을 붙이는 것.
그러나 여기서 ‘이름’은 인간이 편의를 위해 붙이는 호칭이 아니다.
존재를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정보.
그 존재가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법칙에 종속되는지를 결정하는 진명(眞名)이었다.
아담은 동물을 보며 임의로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생물의 본질을 읽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는 사자다.”
그 순간 그 존재는 사자가 되었다.
“너는 독수리다.”
그 존재의 형태와 본능과 생태가 하나의 정의로 고정되었다.
아담에게는 세상을 보는 방식 자체가 현대인과 달랐다.
현대인이 사물을 보면 형태를 본다.
그러나 최초의 인간은 그 안에 존재하는 ‘이름’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