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는 한 장이었다. 인수인계서는 서른일곱 장이었다.
“이래서 나가겠나.”
한도윤은 회사를 망하게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망하면 밀린 정산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가 올 테니까요.
그냥 퇴사하고, 모르는 번호는 안 받고, 아침에 납품 걱정 없이 눈을 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래처부터 정리했습니다.
지우려던 품목에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번 주에 고객별로 한번 훑어보자고. 자네가 먼저 시작했네.”
팀장님. 저는 나가려고 시작한 건데요.
내가 없어도 돌아가게 만들수록, 회사에서는 나를 더 잘 보기 시작합니다.
퇴사 준비가 자꾸 실적으로 잡히는 직장인의 오피스 코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