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은 추락했고, 탈출 포드는 나를 거부했다.
지구에서의 삶은 지긋지긋했다.
빚은 쌓였고, 미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190년짜리 우주 이민선 스피리투스호의 승무원이었다.
목적지는 28.5광년 너머의 개척 행성, 아르카.
긴 잠에서 깨어나면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우주선이 추락했다.
폭풍이 몰아치는 낯선 행성.
고장 난 우주선.
바닥난 식량과 물.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
나는 살아남기 위해 탈출 포드에 올랐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탑승 거부. 승무원은 승객용 탈출 포드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죽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스피리투스호의 아침이었다.
“굿 모닝, 스페이스~”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자.
남을 위해 죽을 생각은 없다.
영웅이 될 생각도 없다.
내가 살고, 내 몫을 챙기고,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