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당한 날 전지전능한 바텐더로 전직함
5년 동안 몸 바쳐 일한 외국계 회사에서, 새벽 2시에 날아온 건 해고 메일 한 통이었다.
밤을 꼬박 새우고 겨우 정신을 차린 오후, 나는 대학 시절부터 다니던 단골 바 「블랑쥬」로 향했다.
술이라도 한잔 해야만 한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건 알바생이 사장님에게 사표를 던지고 나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오늘 예약 손님은 두 팀.
바텐더는 없다.
사장님은 내 앞에 오만 원짜리 열 장을 펼치며 말했다.
"딱 하루만, 가게 좀 맡아주세요."
나는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는 사람이다.
칵테일은 마셔본 것만 알고, 지거가 뭔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사장님이 건넨 건 아마존 직구로 700만 원을 주고 샀다는 안경 하나였다.
반신반의하며 안경을 쓰는 순간, 렌즈 안쪽에 낯선 창이 떠올랐다.
[직업이 변경되었습니다: 회사원 → 바텐더]
[손님의 감정을 분석합니다. 희 10% / 노 55% / 애 20% / 락 15%]
[추천 레시피를 불러옵니다.]
손님의 감정을 읽고, 그날 기분에 맞는 한 잔을 고르고, 계량부터 젓는 법까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AI 글라스 '해리'.
레벨이 부족해 만들 수 없는 칵테일이 있어도 '고스트 모드'를 켜면 몸이 알아서 완벽한 한 잔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공짜는 없었다.
고스트 모드로 만든 레시피는 기억에서 지워지고, 경험치도 남지 않는다.
그리고 첫날 마지막으로 찾아온 손님은,
경력 25년에 독설로 유명한 라이벌 바의 사장이었다.
"맛이랑 스킬이 따로 노네요."
해고당한 회사원의 바텐더 생활, 지금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