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근은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악당도 아니다.
그는 그저 비겁하고 뻔뻔한 쌩양아치다.
강자 앞에서는 굽실거리고, 약자에게는 잔인하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자존심도 양심도 얼마든지 내던진다.
그런 인간이 정치를 배운다.
아니, 정확히는 정치가 그에게 얼마나 쓸모 있는 도구인지 알아 간다.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하고, 당장의 이익을 약속하고, 진실보다 믿고 싶은 이야기를 퍼뜨린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에게는 이익을 나누고, 방해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떠넘긴다.
그렇게 한 명의 쌩양아치가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간다.
그런데 더 끔찍한 것은 따로 있다.
그가 혼자 힘으로 거기까지 올라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표를 주고, 누군가는 그를 이용하며, 누군가는 그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드럼통》은 쌩양아치 한 명의 출세기가 아니다. 그런 인간에게 권력을 내어 주는 사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