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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를 계승 안한다 애비놈아.
오래된트롤·2023.10.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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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휘몰아치는 어느 나라의 왕자와는 달리 조선의 어떤 왕자는 왕위 같은거 ㅈ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조선왕조 500년 유교 탈레반 정치질의 집약체인 애비가 인성질을 해도 ㅈ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가 신경쓰는 것은 오직 하나. 드넓은 밤하늘에 흩뿌려진 찬란하게 빛나는 알갱이들, 별들만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일 따름입니다.
남자하면 어? 공룡이 막 어? 유성이 막 떨어져서 폭발하고 어? 우주에 블랙홀이 막 어? 우주랑 별이면 상상만으로도 그냥 막 낭만 뒤졌잖아요?
그렇게 왕자는 그저 설탕처럼 달콤하고 누텔라처럼 입안에 착 감겨서 부드럽게 녹아내릴 것만 같은 별들의 낭만을 추구하고자 할 뿐인데, 어라? 왕자에게 애비와 신하들이 자꾸 인성질을 걸어오네요? 천문은 명황제만이 볼 수 있는 거고 너는 아직 세자가 아니고 뭐가 어쩌고 저째? 뭐 어쩌겠어요. 힘 없는 어린 왕자는 조용히 땅콩을 빻습니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어린 왕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별거 있나요? 그저 애비의 목구멍에 부드럽게 갈아 넣은 혈당스파크 덩어리를 들이붓고 소갈병으로 천천히 뒈지길 기도하는 수밖에요. 누구든 작은 천문학도를 건드리면 아주 달콤한 누텔라 맛을 보게 되는 거에요.
사족이 길었네요. 오랜만에 아주 재밌는 대역물을 만난 것 같아 즐겁게 글을 적다보니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저는 대역물을 참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웃기고 재밌는 대역물을 좋아하고요. 타격감 좋은 악역이 주구장창 줘터지는 대역물이면 더더욱 좋아합니다. 통쾌하잖아요.
그런데 이 글이 이런 제 취향을 정확히 저격해버렸네요.
선조 아시죠? 속은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데 정치력은 만렙이라 신하들 이간질 잘하고, 충신인 이순신 장군님은 또 괴롭히고, 지 아들도 못 믿어서 야랄 옘병을 떨면서 또 지 목숨은 소중해서 백성들 다 버리고 하루아침에 야반도주한 임금. 어떻게 이런 인간이 다 있을까 싶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회에서, 또 직장에서 간혹 이런 사람을 만났던 적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끔 만드는 인간.
주인공이 잘팹니다. 네 참 잘패요. 패고 있는데 맞는 등신은 그걸 또 몰라. 그래서 더 잘팹니다.
그렇다고 탄산을 드럼통 가득 담아 목구멍과 다이렉트로 연결해 내리 꽂는 그런 사이다물은 아니고요. 뭐랄까 얄미운 사람 주위를 마치 모기처럼 웨에엥 하면서 귀찮고 괴롭게 만드는 그런 좀스럽지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사이다물이랄까요?
좀스러운데 이게 또 답답하진 않아요. 마음에 안드는 상사가, 또 얄미운 사람이 내 앞을 걷고 있다가 갑자기 새똥을 맞으면, 또 길바닥에 널부러진 똥을 밟고 으악 소리를 지르면?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이 지어지잖아요?
이 글이 바로 그런 맛입니다. 주인공의 통쾌한 인성질이 일품인 작품이에요. 작중에 등장하는 선조를 평소 마음에 안들었던 선조 같은 인간을 대입시켜 읽으시면 더 몰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를 읊어드리자면...
악마 같은 교수에게 갈리던 천문학도가 또라이 산신령을 만나서 과거로 보내지고, 건국신화처럼 뭔알같은 땅콩을 손에 쥔 채 선조의 아들 임해군으로 태어나 아비인 선조에게 온갖 견제와 음해를 받다가 아 이러다간 내가 원하는 천문학자의 길은 커녕 잘못하면 아비의 모략에 이번 생마저 하직하겠구나 싶어 동생인 광해군을 세자로 만드는 프로젝트 겸 아비인 선조 소갈병으로 뒈지게 만들기 위한 땅콩버터와 누텔라 제작에 들어가면서 또 취미생활을 위해 하늘의 천문을 볼 수 있는 망원경도 제작하던 도중에 또 어?
아직 초반부라 앞으로 글의 전개가 어떤 식으로 더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글빨도 맛깔나시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맛깔나고, 대사도 맛깔나고 그냥 다 맛있어요.
자세한 에피소드까지 들어가며 추천해드리고 싶지만 다 말하면 스포 밴이잖아요? 제 즐거움을 다른 분들도 똑같이 즐기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만 글을 줄이며, 담배맛동산 작가님의 <선조 아들이 천문학을 너무 잘함>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이 글의 키워드는
소소한 사이다, 대사 맛깔남, 맛있게 접수해주는 빌런, 잘패는 주인공, 통쾌한 인성질, 미친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