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이란 장르는 무공(武功)이라는 외면의 힘을 가지고 주인공 또는 작가만의 협의(俠義)라는 내면의 힘을 동시에 선보이는 장르다. 그렇게 무라는 액션과 협이라는
테마가 잘 일치될 때 우리는 비로소 무협의 낭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댓글로 ‘서명하시오, ~는 정통 무협이오.’ 라고 외치게 된다.
그래서 무협은 참 어렵다. 구파일방이니 오대세가니, 초식이나 절정,초절정 또는 현경, 화경 같은 경지의 설정이니 등 장르적 관습이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이 행하는 협의 방향성이, 작가가 작품 속에서 알게 모르게 선보이는 협의 의미가 정립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아무 의미없이 개망나니의 칼춤만 보게 되는 것이니까.
문명보다는 야만의 힘이 앞서고 그러한 시대상에서 힘에 휘둘리지 않고, 어찌됐든 자신만의 의지를 관철하고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이정도가 되는 삶. 그것이 무협이다.
그렇기에 협객은 정파, 명문세가 등 좋은 배경 출신이 아니더라도 거지, 도둑, 점소이, 학사, 표사, 살수 등 그 어떤 출신이든 가능하다. 다만 그게 무척 어려울 뿐.
아무튼 여러 갈래로 어려운 길 위에서 <내 고향엔 무림인이 산다>는 묵묵히 자신만의 존재감을 획득하더니 튼튼한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
<내 고향엔무림인이 산다>에서 주인공 정대천은 어릴 적 고향이 망하고 타의로 떠나 10년 동안 누군가를 죽이며 살아 남아 칼밥 먹는 떠도는 낭인의 삶을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이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작은 마을에서 멀리에서 고관대작이 찾아오는 기루가 생겼고, 유명한 표국과 적당한 흑도가 설치고 솜씨좋은 대장간이 있는 대읍이 된 것. 어떻게 이렇게까지 발전되었는지 전모는 아직 다 밝혀 지지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제자 비슷한 점소이, 언제나 생사결을 나눠야 하는 스승 아닌 스승. 그리고 소속 없는 낭인에서 하오문의 식객까지 된 상태다.
그 과정 속에서 정대천은 고향으로 돌아 왔어야 할 은혜를 잊지않고, 혹시라도 갚아야 할 원한을 품은 채 차근차근 위해 서촌에서 다시 진정한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떠났다가 돌아왔고, 머무르기 위해 인연을 쌓고 있다. 정대천은 과연 서촌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까. 쌓인 인연은 더 큰 은원으로 더 멀리 떠나게 만들지 않을까. 그 여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말이 길었는데, 어려운 장르 무협에서 제대로 걷고 있는 작품을 확인하고 싶다면 <내 고향엔 무림인이 산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