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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달러가 천박한 농담이 되어버린 시대에
김밥형·2026.04.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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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묵묵히 숏을 치고 있었답니다.





달러가 죽었습니다. 양친의 안부를 여쭙고 싶은 노란머리 미국 대통령이 '할수있다 나라면!'을 외치며 시즌 3775번째로 중동에 기어들어갔다가 피똥을 싸서 그런건 아니고, 월 스트리트에 몬스터 게이트가 열렸다네요. 기왕 열리는 김에 프랑스 한국 중동 등등에도 마구마구 쏟아졌습니다.


당연히 유로 원화 유가 전부 사이좋게 손잡고 골로 갔습니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괴수가 화약병기로는 이빨도 박히지 않아서 때려잡을 방법이 없대요. 클래식하죠? 덕분에 3차 오일 쇼크가 터지고 신용화폐 체제는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멸망했다는 소립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목에서 짐작하셨듯 이 소설은 (헌터향 첨가된)투자물입니다.


전 세계 경제가 망했다면서 어떻게 금융시장이 존재하냐구요? 어찌저찌 목숨은 붙어있어요. 몬스터 때려잡으면 나오는 마석이 금 석유 뺨치는 무안단물이라 이걸로 마석 본위제를 돌릴 수 있었거든요.


단점도 고리짝 시절 금본위제랑 똑같아서 전 세계 GDP가 마석 수급에 목줄잡히고, 헌터들을 과로사 직전까지 갈아서 마석을 땡겨와도 디플레이션을 면할 수는 있을지 의문이지만 아무튼. 세계 경제는 피 1남기고 살았습니다. 이코노믹 아포칼립스를 막아낸 이 세계선의 연준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금융쟁이의 시대는 가고 쌀먹충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던전에 들어가서 1시간 재획돌리면 쏟아지는 돌멩이가 진짜 돈이 되어버린 미친 세상입니다. 하필이면 주인공이 전 세계 금융업계 시총 1위, 영어 이름보다 종필이라는 별명이 더 친숙한 대기업에 입사한지 3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제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모 작가님의 소설 제목을 빌려오자면 '입사 3년차에 게이트가 열렸다'같은 느낌인거죠. 여기도 국회의사당처럼 게이트 사태 첫날에 망했거든요. 웬 괴물 황소한테 본사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서.


누렁 예거의 땅울림 덕분에 선글라스 끼고 금발 미녀와 함께 요트 파티를 즐길 운명에서 한순간에 쉬었음 청년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요상한 능력이 생겼습니다. 남의 마력을 빌리는 능력이요.


참고로 출력이 쎄지지도 않고, 저장도 안되고, 먹튀는 당연히 못하고 심지어 사용도 어렵습니다. 빌려간 크기 그대로 안 돌려주면 지가 죽거든요. 배째라를 갈겼다가는 진짜로 배를 째버린다 이거에요. 구려보이죠?


네 구려요. 작중에서 주인공의 능력을 측정해준 공무원 아저씨들도 정확히 그렇게 반응했습니다. 이딴 능력을 어따 쓰냐고요. 그러게요. 어디다 쓸까요?


사실 정확히는 마력을 '어떤 형태로든 뺏어만 온다면' 사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능력이고, 여기서 '어떤 형태로든' 부분이 중요합니다. 아까 마석본위제 말씀 드렸죠? 이 세계 돈은 신용화폐가 아니라 마석 교환 쿠폰이거든요. 마력=마석=화폐의 등식이 성립한다 이겁니다. 실물 마석(그리고 그 안에 든 마력)이 돈으로 쓰이니까, 남의 마력이 아니라 남의 돈을 뺏어오는 것도 카운트가 됩니다! 페널티도 똑같아서 원금을 잃으면 심장이 터지지만 아무튼 벌면 그만이니 조아쓰!


마침 시기도 절묘한 것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신용화폐 시대에서 헌터 길드가 돈을 찍어내는(진짜임) 마석본위제로 바뀐지 몇 년 안된 시기라 길드들의 재무 운영이 아주 개판입니다. 직장이 사라진 월가 난민들을 줍줍했거나 아예 처음부터 투자은행을 끼고 시작해서 제대로 된 재무팀을 꾸린 길드들은 그래도 멀쩡히 돌아가는데, 한국 길드는 누가 국장 아니랄까봐 그런 건실한 곳은 얼마 없고요. 순위 20위권, 당당히 대기업 취급 받는 대형 길드마저도 무지성으로 채권 돌려막기하다 유동성 위기 터트리는 어썸한 수준의 이코노믹 몽키들이 길드를 굴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얘네들이 지들 거버넌스를 뜯어고칠 생각은 안하고, 대신 정부 언론이랑 유착해서 문제가 터져도 덮어버리면 그만이라는 메타로 암흑진화까지 해버렸네요. 쌍팔년도인가요? 그 시절 국장에 투자를 해본 분들이라면 맡아보셨을 익숙한 똥꾸릉내가 나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요. 이 말법세계에는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세계 용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월가라는 이세계에서 가져온 공매도 소드를 손에 쥐고, 투자자들을 개미 거시기로 생각하는 이 원숭이들에게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요. 여기까지가 줄거리입니다. 누가 K문제 쓰신 작가님 아니랄까봐, 투자물의 플롯에 헌터물 요소를 맛있게 비볐습니다.


주인공 조형도 맛도리입니다. 썩어빠진 업계를 뜯어고치는 정상화의 신 포지션, 전작의 이도하와 비슷하죠? 다만 도하의 행동원리가 복수였다면, 주인공 이현의 행동원리는 보은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를 길러준 양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양아버지의 요양 공간을 받아주고 자신과 어울려준 요양원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칼을 빼든 인물입니다. 이 부분이 특히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월가 출신 숏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이 있지 않나요? 주식하는 사람 입장에서 묘하게 마이너스적인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단 말이죠.


이현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원 포인트의 킥을 더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돈귀신이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이유는 양아버지와 고아원을 구하기 위해서. 이 작은 포인트가 주인공을 정 안가는 사이코패스 배금주의자에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숏무새 이세계 용사로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님이 선호하는 주인공 스타일하고 제 취향이 잘 맞는 편인것 같아요. 미친놈이지만 인간성 넘치는 주인공 제가 아주 환장하거든요.


그런데 더 환장하겠는건 이 소설의 초반 성적이 영 좋지 않다는 겁니다. 고별 언제오나 기다리면서 사골도 안남은 K문제를 핥고 또 핥다가 마참내 등장한 신작인데, 이게 연중해버리면 그때는 저도 깡패가 되는 수밖에 없어요. 글의 재미는 전작 못지않은데 아웃풋이 나오지 않으니 혹시나 사고가 터지지는 않을지 조마조마 합니다.


투자물이다보니 혹시라도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지는 않을지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만큼은 하나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복잡한 경제 지식을 웹소설 읽는 뜌땨이도 꼭꼭 씹어 넘길 수 있도록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능력은 이미 전작에서부터 증명된 작가님이시거든요. 작가물+게임개발+재막아식 경영물에 투자 요소가 약간 들어갔던 전작과 달리 헌터물과 투자물의 비중이 5:5정도로 늘어났지만, 그만큼 간결한 설명과 재밌는 비유로 독자를 이해시키는 솜씨도 날카로워졌습니다.


적절하게 조형된 히로인과의 티키타카로 글을 가볍게 풀어내는 실력도 명불허전이라고 할만 합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이 고별 작가님의 성명절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올드한 현판은 주인공의 성공서사에만 집중하다보면 글이 퍽퍽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라노벨 스타일의 연애 요소를 적절히 섞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작가님의 글은 히로인이 등장하는 파트가 특히 맛있기도 하구요.


여러모로 전작에 결코 못지 않은, 신선한 컨셉과 스피디한 전개에 찰진 티키타카를 더한 맛있는 차기작입니다. 이렇게 엎드려 빌겠습니다. 제발 맛만 한번 봐주세요.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제발 죽지마 고별!!!!

현대판타지, 퓨전
월가 천재가 공매도를 각성함
고별
비공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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