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웹소설은 간결하고 남성적인 문체, 빠른 전개로 매화마다 도파민을 충족시키는 것이 미덕이다.
이 소설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유려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압도적인 세계관의 설정이 수 천자의 텍스트를 꽉 채운 채 다가온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처박히는 느낌을 준다.
스토리 자체는 사실 대단하지 않다. 작중 현실에서 저명한 물리학자가 인공태양 프로젝트 중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사고로 위장한 살해를 당한 후 이세계에 환생한다. 동양적인 국가 체계, 가톨릭 형태의 애니미즘, 신정일치, 산업혁명이 짬뽕으로 섞인 정신없는 세상에서 주인공이 현대지식을 활용해 시련을 극복하며 나아가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추천할만한 소설이 아니다. 이유인즉슨
1. 사건 전개가 진절머리나게 느리다. 다만 멈추는 법이 없다.
2. 묘사가 징그럽게 많다. 장소의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장면을 뇌리에 때려박는다. 작가가 어떻게든 자기가 구상한 세계의 모습을 내비치고자 하는 마음이 여실히 보인다.
3. 고어와 한자어가 더럽게 많다. 대체역사소설도 이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동양적 향취와 고아함에 빠져든다.
4. 작중 인물들로의 시점 전환이 빈번하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사건의 얼개가 명확하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단점이 곧 장점이다. 웹소설로써는 빵점이고 소설로써는 묘사에 빠져들어 상상하고, 문장을 곱씹어보며,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을 맛보기에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다.
다만, 휴가나 주말 등 시간적 여유가 충분할 때 도전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