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익―!
모니터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토해냈다.
“혈압 70에 40. 계속 떨어집니다.”
수술대 옆에 서 있던 Y가 고개를 들었다.
“H 선생님.”
“말하게.”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H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니터를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수술 부위로 시선을 내렸을 뿐이었다.
“메스.”
“메스.”
짧은 절개.
“석션.”
“석션.”
피가 걷히자 그 아래의 조직이 모습을 드러냈다.
Y가 마스크 안쪽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참다못해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자극제 좀 쓰시죠.”
“무슨 자극제?”
“요즘 잘 듣는 것들 있잖습니까.”
H의 손이 잠시 멈췄다.
Y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상태창부터 조금 넣고요.”
“필요 없어.”
“회귀는요?”
“됐네.”
“빙의나 환생이라도….”
“Y 선생.”
“예.”
“수술에 집중하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Y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바이탈이 계속 무너지고 있잖습니까.”
삐익, 삐익.
맥박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천재성이라도 조금 올리죠. 손 한번 대면 다들 감탄하고, 어려운 수술 하나 성공하면 병원장부터 재벌 회장까지 줄 세우고. 그 정도만 해도 반응이 바로 올 겁니다.”
H가 피식 웃었다.
“그런 수술은 잘하는 선생들이 많지 않은가.”
“예?”
“나보다 훨씬 잘해.”
“그럼 더더욱 따라가야죠.”
“왜?”
뜻밖의 질문에 Y가 입을 다물었다.
H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보비.”
“보비.”
치익.
희미한 연기가 올라왔다.
“H 선생님.”
“듣고 있네.”
“이러다 정말 못 살릴 수도 있습니다.”
“알아.”
대답은 담담했다.
“아시면서 왜….”
“그 약들이 나쁘다는 게 아닐세.”
H가 말했다.
“잘 듣는 환자도 많아.”
“그럼 이 환자도.”
“하지만 이 환자는 아니야.”
이번에는 Y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H는 수술대 위를 내려다보았다.
“이 사람은 말이야.”
잠시 침묵.
삐익, 삐익.
“동생을 잃고 의사가 됐어.”
Y의 눈이 움직였다.
“그렇게 의사가 되고 나서는 남들 살리겠다고 자기 몸을 갈아 넣었지. 좋아하는 사람 하나 제대로 붙잡지도 못하고, 자기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
“이 사람은 세계 최고의 의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닐세.”
“그러면요?”
“돈은 안되지만 꼭 필요한 소아외과의사의 사명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거야.”
수술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기계음만 일정하게 울렸다.
삐익.
삐익.
Y가 한숨처럼 말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이런 환자를 기다려 줄까요?”
H의 손이 멈췄다.
이번에는 제법 오래 생각했다.
“모르지.”
“…….”
“그건 내가 수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H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다만.”
“예.”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도 어딘가에는 있지 않겠나.”
“…….”
“화려하지 않아도.”
봉합사가 당겨졌다.
“조금 느려도.”
매듭 하나.
“초능력 같은 건 없어도.”
또 하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
마지막 매듭이 묶였다.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H가 손을 내밀었다.
“가위.”
찰칵.
실이 끊어졌다.
그 순간.
삐익.
삐익.
삐익.
모니터의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Y가 화면을 바라봤다.
“혈압 올라옵니다.”
H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90에 60.”
장갑을 벗었다.
“맥박도 안정됩니다.”
Y가 그제야 웃었다.
“살린 겁니까?”
수술 가운을 벗던 H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H가 수술실 문을 열었다.
문밖의 불빛이 길게 들어왔다.
“이제 이 환자가 계속 살아갈지는….”
그가 뒤를 돌아봤다.
“사람들이 결정하겠지.”
철컥.
문이 닫혔다.
Y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수술대 옆에 놓인 차트를 집어 들었다.
환자 이름을 확인했다.
환자명 : 소아외과 전문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집도의 : 홈스탠바이
어시스턴트 : 야근의신
모든 독자분께 재미있는 글이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를 원하신다면 아마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태창도, 회빙환도 없이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조금은 올드스쿨하고,
조금은 아날로그하고,
그래서 오히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기다리고 계셨다면.
이 환자,
한 번쯤 맥박을 짚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