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컬쳐라는 게 그렇다.
간단히 보고, 빠르게 읽고, 대리만족을 얻고.
그 덕에 작품들의 제목도 천편일률적으로
"누가 뭘 했는데 결과가 이렇다." 식의 구조다.
좋고 싫고의 문제를 떠나서 눈에 띄고, 보이고, 팔려야 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이제는 이렇게 안 하면 살아남기조차 힘든 세상이 된 것 같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느끼면서 오늘도 문피아의 글밭을 뒤지고 있다.
읽을 글이 없다는 기분.
무언가 새로운 걸 찾고 싶은 갈증.
그리고, 내가 바라는 글이 무엇인지조차 이제는 희미해져만 가는 무성의한 손놀림.
오늘은 10연참이라는 배너광고에 손이 갔다.
사실, 제목도 안 본 것 같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 아닌가.
그저 읽던 글의 연재분이 끊기는 그 흐름이 싫어 배너를 타고 대충 들여다본 첫 1화.
길을 걸으며 한 회차를 읽었다.
밥을 먹으며 한 회차를 읽었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시장에 가서도 한 회차를 읽었다.
그렇게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꼭 치고받고 싸우고, 특별한 각성이나 거대한 사건이 이어지는 글이 아니더라도 이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만한 글이 있구나.
이 작품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터뜨리며 독자를 붙잡기보다는, 주인공이 자신의 작은 세계를 하나씩 넓혀가는 모습을 천천히 보여준다.
사람을 만나고, 무언가를 배우고, 사소한 일에 웃고, 때로는 작은 슬픔을 겪는다.
별것 아닌 것 같은 그 하루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극만을 쫓던 내 손에 조금의 온기가 도는 것만 같은 작은 만족감과, 주인공의 성장에 입꼬리가 작게 올라가는 그 흐뭇함.
작중의 작은 화자가 보는 세상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렇게 길게 필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글의 수준이 좋다던지, 문학적 깊이가 있다던지.
아니면 전개가 시원하다던지 하는, 그런 말들로 이 글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
그저 천천히 읽고 내 마음에 남은 이 잔잔한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추천해본다.
읽는 동안 마음 한켠에 잠시 잊고 살았던 순수라는 감정이 고개를 들었던 글이었다.
더불어 누군가에게도 이 글이 잠깐의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