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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金庸)
성찬식·2026.01.1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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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무협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결국 한 사람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김용(金庸).

​

무협을 많이 읽어본 사람일수록,

그리고 세월을 어느 정도 건너온 사람일수록

김용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말이 줄어든다.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이 되어버린 이름이기 때문이다.

​

김용 이전의 무협은

대개 강함의 이야기였다.

누가 더 빠른지, 누가 더 강한지,

어떤 비급을 얻느냐가 중요했다.

그 세계에서는 칼이 곧 답이었다.

​

하지만 김용의 무협에서

칼은 언제나 문제였다.

​

곽정은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둔했고, 느렸고, 답답했다.

그는 무림의 주인공으로 보기엔

너무 미련한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끝까지 무너뜨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곽정이 강했던 건 무공이 아니라

자기 안의 기준을 버리지 않는 완고함이었다.

​

양과는 더 복잡하다.

그는 정의롭지 않았고, 예의도 없었다.

사문을 벗어났고, 세상의 기준에서 늘 삐뚤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선택 앞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양과는 옳아서가 아니라

정직했기 때문에 설득력을 가졌다.

​

장무기는 또 어떤가.

강함은 넘쳤지만 결단이 없었고,

사랑 앞에서는 늘 흔들렸으며,

권력 앞에서는 뒤로 물러섰다.

젊을 때 읽을 때는 답답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 보인다.

장무기는 권력을 가질 수 있었기에

가지는 것을 끝까지 경계했던 인물이었다는 것이.

​

김용의 주인공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함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선택 앞에서 고통받았고,

그 고통이 이야기를 앞으로 밀어냈다.

​

김용의 무협이 오래 남는 이유는

통쾌해서가 아니다.

읽을 때보다

다 읽고 나서 더 생각이 남기 때문이다.

​

젊었을 때는

무공의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구양신공, 항룡십팔장, 독고구검.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시 펼쳐보면

기억에 남는 건 기술이 아니라 장면이다.

​

무기를 내려놓는 순간,

돌아서지 말아야 할 곳에서 돌아서는 선택,

사람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명분을 버리는 장면.

​

김용의 무협은

무림을 다룬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늘 조직과 개인,

질서와 양심,

시대와 인간의 이야기였다.

​

그래서 김용 이후의 무협이 어려워진다.

그를 흉내 내면 낡아 보이고,

벗어나면 무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김용은 한 장르를 완성시킨 작가가 아니라

장르를 고민하게 만든 작가였기 때문이다.

​

아마 김용이 정말 쓰고 싶었던 건

무림의 전설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

그래서 그의 소설은

다시 읽을수록

이야기가 줄어들고

사람이 남는다.

​

그리고 그게,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김용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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