運命 그리고 因緣
무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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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운명이란 선택하는 것이니 애초에 정해진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소? 운명의 역리란 또 다른 운명이겠지요. 겪고 나서야 그것이 운명이었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죠. 그런데 인연이란 선택할 수가 없다는 말이죠. 인(因)이 다하고서야 연(緣)이 생긴다는 것인데, 그 인이란 게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실상 인연이란 결과로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러니 인연의 역리란 불가능한 것이지요. 그래서 전 인연이 운명보다 더 궁극의 무엇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연의 역리가 또 다른 인연이 아니라 인연 자체의 부정이니 말이지요. 태어나지 말거나 만나지 말아야 인연의 역리라니 우습지 않습니까? 운명이란, 받아들일 수도 거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연이란 거부할 수가 없으니 한번 맺어지면 쉽게 뿌리칠 수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