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실험 당하다 눈떠보니, 네 모든 신경이 느껴져
밝은검정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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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의사 이광덕은 동포의 피를 뽑아 제국에 바치는 변절자였다.
"나는 살아남을 것이고, 출세할 거야."
마루타가 된 친구 청천의 마지막 외침을 외면한 그날,
광기의 실험 '12 뇌신경 교감 프로젝트'가 그를 삼켰다.
눈을 뜨자 2020년 봄, 부산 배산고 3학년 교실.
마스크를 쓴 아이들, 흐드러진 벚꽃,
그리고 다시는 듣지 못할 줄 알았던 이름, 대한민국.
그에게는 하나가 남아 있었다.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귀로 듣고,
끝내 타인의 마음까지 느껴 버리는 능력.
그리고 귓가를 떠나지 않는 수많은 목소리.
"우리를 잊지 마라."
전생의 기억이 없는 친구, 청천.
웃는 법을 너무 오래 연습한 소녀, 주영.
코로나에 무너져 가는 가게들, 갈 곳 없이 떠도는 구급차.
남의 감각을 훔치던 손으로, 광덕은 처음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른다.
80년 전 자신이 남기고 온 것이 무엇인지,
그를 변절자라 부르던 세상이 무엇을 보지 못했는지.
그리고 한 소녀의 목걸이에 걸린 낡은 금반지가
어떤 문을 열게 될지.
말하지 못한 진심은, 때로 가장 깊은 오해가 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랐던 한 남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