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청운사 귀신
청운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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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를 피하려고 들어간 폐사였다. 그곳에서 귀신을 본 순간, 윤서림이 입 밖에 낸 첫마디가 저 말이었다.
가진 거라곤 빚이랑 버티는 자존심뿐인 선비, 윤서림.
그가 청운사에서 마주친 건 사람 기운을 빨아먹는 느티나무 요괴와, 그 나무에 묶여 꼼짝 못 하는 귀신 설소연이었다.
잡아먹히기 직전, 서림은 궁여지책처럼 흥정 한마디를 꺼내 놓는다.
"나 같은 것 하나 먹어봐야 이빨에나 끼겠지요. 대신, 기름지고 탐욕에 쩐 놈들만 골라서 바치겠습니다. 저를 전담 요리사로 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요괴에게는 ‘최고급 식사’를,
귀신에게는 ‘이승에 머물 시간’을,
선비에게는 겨우 목숨 하나를 남겨 준 계약.
요괴를 등에 업은 현감이 다스리는, 사람을 갈아 넣는 고을.
귀신보다 더한 인간들을 향해, 책상머리 선비가 청운사 문턱을 넘어 밖으로 발을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