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이름을 지웠다
이서온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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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손목을 잡고, 0반 책상에 앉힌다.
2학년 2반 반장 박지후가 사라졌다.
그런데 아무도 그 아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출석부에도, 자리표에도, 수행평가 명단에도 박지후의 이름은 없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단 한 사람, 한서하만 빼고.
서하가 박지후의 빈자리를 확인한 순간, 학교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닫혀 있던 4층 자료실이 열리고, 방송실에서는 죽은 듯 끊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물함 안쪽에는 실제 복도에 없는 학생들이 비치고, 보건실 건강기록표에는 아이들의 몸에 남은 흔적이 적히기 시작한다.
0반은 귀신 교실이 아니다.
출석부, 자리 배정, 전입 절차, 종례, 하교 지도. 학교에서 가장 평범했던 규칙들이 살아 있는 아이들을 잔류생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서하와 친구들은 각자의 역할로 불린다.
확인자 한서하, 호명자 김민재, 기록자 오윤아, 정렬자 최태준, 예비자 정소미.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 잠깐 멈춘다.
하지만 이름을 틀리게 부르거나, 역할명으로 부르면 더 가까이 온다.
박지후는 왜 지워졌을까.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한 서하는 왜 다음 확인자가 되었을까.
사라진 이름을 붙잡는 순간, 빈자리가 당신을 향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