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1987: 태양의 로그아웃
별헤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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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눈부신 일상 위로 원인 모를 균열이 번지기 시작한다. 다 된 건전지의 워크맨이 손끝에 닿는 순간 되살아나고, 민주와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엔 영준의 자리만 텅 빈 채 배경만 인화된다. 슬픔이 차오르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서늘한 전기 자극과 함께 입가엔 자신도 모를 미소가 번진다. 영준은 서서히 깨닫는다. 자신의 자유 의지라 믿었던 것들이 어쩌면 정교한 알고리즘의 지시였으며, 벅차오르는 감정마저 누군가에 의해 수확되는 기록물의 파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거울 속 자신의 눈동자 너머, 명멸하는 차가운 이진법 코드를 발견한 순간부터 영준의 낭만은 지독한 의심으로 변모한다. 그는 결심한다. 보이지 않는 감시자들의 방화벽 안에서, 자신의 사랑과 고통이 누군가의 동력이 되는 것을 거부하기로.
80년대 서울의 뜨거운 공기 속에 숨겨진 금속성 서늘함. 조작된 운명을 깨뜨리기 위해 스스로 '로그아웃'을 선택하는 한 남자의 투쟁이 시작된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떨림은, 정말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