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신살자 표지

여섯 번째 신살자

MJ13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판타지

#판타지 #공포_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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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박사 이윤하의 작업대 위에, 있어서는 안 될 점토판이 놓여 있다. 기원전 3,200년의 지층 ― 수메르 문명이 시작되기도 전의 시대 ― 에서 출토된, 존재할 수 없는 쐐기문자. 그 위에 새겨진 것은 그녀의 직책이었다. 엔(En). 신과 인간 사이의 마지막 중개자.
마지막 엔이 돌아올 때, 봉인은 풀린다.
일주일째 같은 꿈을 꾼다. 불타는 도시 우룩, 하늘로 뻗은 지구라트, 그리고 그녀의 손으로 닫았던 신과 인간 사이의 문. 깨어나면 손바닥이 따뜻하다. 누군가 잡았던 자리처럼.
그녀는 단 한 사람에게 사진을 보낸다. 죽은 언어를 읽어내는 게 아니라 기억해내는 듯한 남자, 언어학자 레온. 답장은 한 줄이었다. 움직이지 마. 그 점토판 만지지 마. 너무 늦었다. 카이로의 어느 호텔 방에서, 레온은 거울을 향해 속삭이고 있다.
돌아왔구나, 엔. 이번에는 끊어낼 수 있을까.
수메르 신화는 신화가 아니었다. 잊힌 계약의 흔적이었다. 다섯 번의 생을 반복한 봉인자가 여섯 번째로 돌아왔다. 이번 생에서, 그녀는 고리를 끊을 것인가 ― 다시 잠그고 잊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