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외과의사는 피부과에 가고 싶다
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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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려고 개복한 것이 죄가 되는 나라에서, 서준영은 메스를 놓았다. 경상북도 어느 요양병원 당직실, 물이 새는 천장 아래에서 그의 유일한 친구는 취미로 만든 로컬 AI '히포'뿐이었다.
그리고 태풍이 오던 밤, 낙뢰가 그와 노트북을 함께 관통했다.
눈을 뜨니 2007년. 의예과 1학년. 굳은살 하나 없는 스무 살의 손.
머릿속에는, 2026년의 최신 의학을 통째로 삼킨 히포가 함께 부팅됐다.
"이번 생엔 무조건 피부과다. 소송 없고, 밤콜 없고, 건물 올리는 그 피부과."
그런데 어째서일까. 실습을 돌 때마다, 이 손은 자꾸 벽을 뚫고 나간다. 오진을 뒤집고, 멈춘 심장을 되돌리고, 열지 말아야 할 순간에 열지 않는다. 그때마다 은사가 될 사람이 그의 손을 알아본다.
무서운 걸 아는데, 무서운 데로 가려는 손. 이 손이 원래 가려던 방향은—피부과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