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괭이 영웅전기
sulhwa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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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비기너에서 소드 마스터까지, 궁수는 아처에서 아르주나까지.
마법사는 견습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까지 아홉 계단을 오른다.
마계는 강한 자가 곧 법이고, 천계는 계급이 곧 존재의 이유다.
누가 위에 서고 누가 밑에 깔릴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는 세계.
그 표 어디에도, 곡괭이를 든 인간의 자리는 없었다.
제크는 이름 없는 시골 마을의 광부였다.
바위를 부수려고 익힌 기술이 사람을 지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마을이 불타던 그날 밤까지 그 자신도 몰랐다.
배운 적 없고, 스승도 없고, 어느 등급에도 속하지 않은 손.
그래서 아무도 그 힘의 끝을 계산하지 못했다.
"기술적으로 훈련받은 적 없으시죠?"
"단 한 번도 없어요."
대장장이, 도깨비 장군, 그리고 제 자리를 부여받지 못한 자들.
등급표 바깥에서 살아온 이들이 하나씩 그의 곁에 선다.
짐승을 누가 풀었는지, 그 마석을 누가 깎았는지 파고들수록
질문은 점점 위를 향한다.
왕국의 신분제, 마계의 서열, 천계의 질서 —
끝내는 이 세계를 굴리는 규칙 그 자체로.
땅을 파던 남자가, 이제 세계의 바닥을 판다.
가장 단단한 것은, 겉이 아니라 안쪽에서부터 무너뜨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