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랑환혼 표지

청랑환혼

권재(倦才)

일반연재 〉 무협

#무협 #복수 #생존 #음모 #먼치킨 #사파 #오해 #흑막 #무공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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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이라 불릴 만한 곳이 있다.

구름이 발밑에서 흐르고, 하늘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곳. 신선이 산다면 여기쯤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봉우리 하나가 첩첩산중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봉우리 위, 낡은 암자 하나.

정진백의 첫 기억은 그 암자의 서늘한 흙바닥이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낯선 천장을 보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관절마다 낯선 통증이 스쳤고, 입안엔 쓴 약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리고 한 얼굴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름이 골짜기처럼 깊은 노인. 눈만은 맑은 샘물 같았다.

"오, 이제야 눈을 뜨는구나."

노인은 웃었다. 그 웃음이 어찌나 따뜻했던지, 진백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눈물부터 흘렸다.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진백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부모의 얼굴도, 살던 곳도, 자신이 몇 살인지도.

노인은 그의 등을 쓸어 주었다.

"기억이 없구나. 하기야, 그 어린 것이 호환(虎患)을 겪었으니… 마당에 저 혼자 남아 울고 있더구나. 부모는 흔적도 없고. 내가 약초를 캐러 나섰다가 발견했길 망정이지..."

노인의 이름은 단우향(段友香). 강호에서는 약선(藥仙)이라 불렸다.

"이름이 없으면 하나 지어 주마. 진백. 정진백(鄭進白). 나아갈 진, 흴 백. 언젠가 맑고 밝은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그날부터, 진백의 세상은 그 봉우리 하나가 전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