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 한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책임연구원 김태준. 연봉 1억 5천, 성과급이 터지면 2억 가까이 번다. 회사에서는 수천억짜리 설비투자를 검토하고, 후배 열 명을 거느리고, 임원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확인한 자신의 통장 잔액은 58만 4,320원이었다. 월급은 전부 아내가 관리했다. 용돈은 매달 30만원. 처가의 일이라면 돈을 내야 했고, 아내가 정한 소비에는 질문해서도 안 됐다. 집도 차도 아이 교육도 모두 자신이 벌어 마련했지만 정작 자기 인생에서 김태준의 의견은 항상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그는 그게 좋은 남편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날까지는. "잠깐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반도체 수율보다 먼저 점검했어야 했던 것은 자신의 인생이었다. 마흔셋 김태준. 이제부터 회사가 아니라 나를 정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