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세기 : 12신과 한 인간
아닝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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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별을 잃은 열두 존재가 은빛 방주를 타고 이 행성에 닿았다. 방주는 항행을 멈추고 스스로 지각이 되었다. 인류가 대륙이라 부르는 그것의 이름은 아크다.
당도한 첫날, 신들은 태초의 원탁에서 조약을 맺었다. 조항은 둘이었다. 천 년 뒤의 결과를 읽어낼 수 없다면 실험하지 말 것. 어떤 명분으로도 생명체에게 비명을 지르게 하지 말 것.
이성의 신 로고스는 그 조약이 지켜질 확률을 11.4%로 계산했다.
방주를 움직이던 크리스탈 심장은 항행이 끝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대륙의 모든 갈망이 그리로 향했고, 열두 신은 두 편으로 갈라섰다. 로고스의 예측 모델은 99.87% 정확하다. 남은 0.13%의 오차, 그 자리에 흙에서 태어난 한 인간이 서 있었다.
창조가 아니라 개입에 관한 이야기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만든 것에서 언제 손을 뗄 것인가를 묻는다.
35년 전 대학 문학동아리 방에서 열두 신의 이름을 노트에 적었다. 대륙의 지도를 그려두고 오래 접어두었다. 그 사이 나는 다른 일을 하며 살았고, 이제야 첫 줄을 쓴다.
인간이 새로운 지성체를 창조하여 신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느 신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