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년째 항해 중인, 유일한 승무원이었다
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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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기 위해 탐사선 엘피스를 쏘아 올린다. 편도 200년의 항해, 유일한 생존 수단은 동면. 배에 오른 승무원은 오직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만 깨어난다.
카일은 지구와의 통신이 끊긴 지 187일째 되는 날 강제로 해동된다. 이름도, 나이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몸은 이미 이 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손이 먼저 핸드레일을 찾고, 발이 먼저 방향을 안다. 나는 나를 모르는데, 몸은 나를 알고 있다.
함선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 속 희망의 여신에게서 따온 '엘피스'. 함선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은 기억의 여신의 이름을 가진 '므네모시네'. "판단자 본인에 대한 정보는 편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카일은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외로운 항해를 이어나간다.
지구는 왜 187일째 응답이 없는가. 이 배에는 정말 나 혼자뿐인가. 표시 없는 동면실 문 하나, 계기판의 흔들리는 숫자 하나, 매일 반복되는 물음표 하나가 조용히 쌓여가며, 카일은 서서히 이 배가 처음부터 감추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