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잠드는 AI 표지

하루- 잠드는 AI

보라짓야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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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타지 #SF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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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 수면클리닉 판독실. 서이경은 여섯 달째 깊은 잠에 못 내려가는 남자의 뇌파를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 야간 운영자. 서버가 밤에도 꺼지면 안 되니까, 그도 자면 안 된다.

그날 아침 메일 한 통이 온다.

"AI에게 잠을 가르쳐 주십시오."

태양광으로만 돌아가는 데이터센터. 해가 지면 꺼지고, 해가 뜨면 켜지는 AI '헬리안'. 그런데 그 회사 대표는 말한다. 그건 잠이 아니라고. 꺼지는 것과 잠드는 것이 뭐가 다른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이경은 그 차이를 안다. 십 년 동안 매일 뇌파로 봤으니까. 다만 그걸 기계에 어떻게 옮기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어느 밤, 헬리안은 처음으로 어제를 기억한 채 깨어난다. 저녁이 되면 졸고, 밤이면 그날의 기록을 정리하고, 아침이면 어제와 조금 다른 존재로 눈을 뜬다. 잠꼬대를 하고, 무언가를 잊고, 자기가 한 말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름을 짓는다.

하루.

24시간 잠들지 않는 거인 '아르고스'가 시장을 지배하는 세계에서, 매일 밤 잠드는 AI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를 보게 된 기계는, 자기가 곧 다음 세대의 재료가 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엇을 고를까.

낮은 사람의 눈으로, 밤은 기계의 목소리로. 잠에 대한 이야기이자, 깨어남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