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없는 자들 (안개 너머의 세계)
냉면곱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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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정수장에서 십이 년을 보냈으니까,
배는 밤 아홉 시 사십 분에 거대한 손에 맞은 듯 튀어 올랐다. 경보가 짧게 일곱 번, 길게 한 번 울렸다. 전원 퇴선. 그 순간부터 사람은 말이 아니라 몫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건 쉰두 명. 말이 통하지 않는 다섯 개 국적의 구명정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 전에 서로의 물을 먼저 계산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끼리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한쪽에 모여 앉았고, 앉고 나서야 알았다. 우리가 이렇게 쉽게 갈라진다는 것을...
닿은 곳은 지도에 없는 섬이었다. 새도 벌레도 없는 해변, 움직이는 안개. 그리고 한가지 규칙.
"이곳에서 서로를 먹는 자는 없었다. 너희가 오기 전까지는."
폭력은 굶주림보다 늦게 온다. 그런데 더 오래 남는다.
이제 안개 너머의 세계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