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한 친우가 세계수를 불태웠다
이츠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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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눈을 피했던 나의 비겁함. 그녀를 감싸 안으며 미쳐가던 녀석의 절망.
그리고 짓눌려 부서진 그녀의 비명.
다시 눈을 떴을 때 우리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세계의 세 축으로 환생했다.
나는 마계의 가장 깊은 밑바닥 심연에서 기어오른 마족의 군주.
그녀는 부서져 가는 세계수를 품은 엘프의 고귀한 성녀.
그리고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완전히 미쳐버린 녀석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신성 제국의 타락한 폭군이 되어 있었다.
"너를 다치게 하는 이 끔찍한 세계를 모조리 지우고 오직 너만을 위한 낙원을 세우겠다."
맹목적인 광기에 사로잡힌 녀석이 성전(聖戰)이라는 이름의 학살을 시작했다.
타오르는 세계수, 멸망의 위기에 처한 그녀.
전생에서 비겁한 방관자였던 나는 이번 생에선 기꺼이 피를 뒤집어쓰는 악귀가 되기로 했다.
광신도가 된 친우의 목을 베고 잿더미가 된 세계수 아래에서 그녀를 구원하기 위하여.
심연의 군주는 기꺼이 타락한 빛을 향해 진군한다.